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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원론
김완희 엮음 / 성보사 / 1995년 3월
평점 :
항상 도서명과 내용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진정 도서명과 내용이 일치한 책이 아닐까 한다.(나는 이처럼 도서명과 내용이 일치한 책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내용을 보자면 한의학의 유래 및 중국, 한국, 일본의 한의학의 발전과 현황을 간략히 소개한 후 한의학의 기본원리인 음양오행부터 오운육기와 장부장상학설, 그리고 진단과 기본적인 처방까지 한의학의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씩은 다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말그대로 원론인 셈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책 한권으로 다루었다는 것은 우선 책을 집필하신 김완희교수님의 지적방대함을 말해주면서 책의 구성이 잘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의학은 의학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한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한의학에서는 생리와 병리가 없다. 대부분 한의대에서 한방생리라는 과목에서는 음양오행, 장부장상학설을 공부하지만 그 내용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아 현대 생물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공부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로는 한의학은 '증치의학'으로 먼저 증상을 보고 치료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고, 그에 따른 이론은 나중에 별도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의학 기초과목인 생리학을 더 공부하여 한의학 생리를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생기는 것을 본다면 그 어려움을 대강 짐작하고 남는다. 더욱더 어려운 것은 병리인데, 가령 '위에 열이 있어 치통이 생긴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도대체 이런 내용을 누가 믿고 싶어 하겠는가?) 이도 역시 현대의학의 병리를 끌어나가 한의학에서 말하는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재해석하고 임상에서 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의학 원론이 왜 필요할까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언제나 한의학고전을 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의학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한의학 이론공부는 필수가 된다. 또 현대의학의 생리, 병리로 한의학을 재해석하여 응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의학 원론을 알아야만 한다. 다시 예를 들자면 '위에 열이 있어 치통이 생긴다'는 말은 한의학이론면으로 보자면 위를 지나는 경락인 족양명위경이 치아 주위를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치통이 생기는 원인을 알 수는 없었고(현미경적인 관찰법이 없었으니까) 유추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경락을 보아 위에 사기인 열이 침입하므로써 치통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한 것이였다.
따라서 치통에 쓰는 방제(약)도 위에 열을 끄는 약을 쓰는 것이다.(임상적 효과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치통에 이 방제를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를 현대의학으로 응용하자면 치통환자는 치과병원에 보내면 되는 것이고, 위열로 인한 치통때 썼던 방제는 현재 여드름치료제로 응용하고 있다. 이렇게 고전과는 전혀 다른 분야로 응용할 수 있는 것도 한의학 이론이 뒷받침된 후에 현대의학을 이해하고 응용하기 때문인 것이다.
아무튼 '한의학 원론'은 현재 11개 한의과대학에서 예과때 주교재 및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한번은 통독해봐야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