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 2018년 제6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성중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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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빈자리가 드러날 때마다 인생이 정리되는 실감이 든다.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채워질 진영의 책장을 상상했다. 이렇게 있으면 죽음은 다음번 이사하는 장소 정도로 여겨진다. 조금씩 짐을 빼고 가벼운 상태가 되어 먼 길 떠날 차비를 하는 것이다. 

- <상속(김성중, 2018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2018, 현대문학)>중에서...


이렇게 아무 것도 읽지 않고 봄을 보내면, 머리 속이 새하얀 꽃잎들로 가득찰 것만 같아 책을 주문 했다. 작은 택배상자에 빼곡히 들어찬 책들을 꺼내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눈으로 꾸역꾸역 삼켰던 꽃잎들이 한 장씩 떨어져 내리며 글자가 되었다.


한 줄씩 심어놓은 글자들 사이로 다시 하얀꽃, 노란꽃, 파란꽃이 차례로 피어났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 것도 심어져 있지않는 황무지를 지나 세계의 끝 앞에 도착했다. 울타리처럼 수직으로 선-책의 덮개 앞에 서자, 발치에 걸린 마지막 줄에서 볼펜같은 꽃대가 올라왔다.


몇 날 며칠동안 펜 하나를 들고 밤을 지샌, 작가의 눈물을 먹고 자랐을-시퍼렇고 붉은 꽃이 마침내 망울을 틔웠다. 새초롬하고 쌉쌀한 딸기같기도 하고 쑥같기도 한 향기가 코끝에 만져졌다. 봄과 꽃이 삶과 함께 지는 글-김성중 작가의 <상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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