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추파춥스 키드
최옥정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새로운 미학으로 다가간 사랑의 상처

녹색의 표지와 모호한 눈빛을 한 선머슴 같은 여성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안녕, 추파춥스 키드는 겉표지의 강렬함과 아름다운 말들로 화려하게 묘사해 준 서평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감히 최악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책이 되어 버렸다.
작품에서 눈에 띄이는 사소한 오타나 띄어쓰기의 오류 등은 그저 마지막 교정을 해야 했던 출판사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손 치더라도, 사소하지만 문장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표현들이 군데군데 빠져 있는 부분과 아무리 노력해도 공감할 수 없는 주인공의 생각, 심리상태를 묘사한 표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책의 몰입을 방해하기만 했다.  


애초에 여자주인공의 성격을 대변한다 할 수 있는 의지, 생각, 신념, 행동들은 글의 흐름 속에서 내내 일관성이 없었고,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러한 생각은 어디서 기반하고 있는지도 채 설명되고 있지 못했다. 아무리 풋풋한 20대의 아가씨의 상황이라고 보려고 해도, 이미 20대를 지나온 나에겐 도무지 공감가지 않는 캐릭터였다. 나름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감정과 아픈 이별도 충분하리 만치 겪었다고, 그래서 더 이상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던, 나름 파란만장했던 20대를 보낸 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사랑이란 아련하지도 않고, 가슴 한켠이 아리지도 않는... 
 

그저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로 어디선가 봤던 상황들을 예뻐보이게만 치장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진실한 사랑이란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단순한 말장난과 맥락없는 표현의 나열로 연애물을 환타지물로 바꿔버렸다. 남자들이 로맨틱 코매디 영화를 SF라고 부르는 것을 반쯤은 동감하면서도 어디선가 그런 사랑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일견 가지고 있던 내 입장에서, 이 소설은 사랑을 아이들 말장난으로 바꾸어 버렸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편, 많게는 세, 네 권의 책을 읽는 나에게 이 처럼 몰입이 힘들어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도, 그것도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에서 이렇게 까지 어이없고 화가났던 책은 정말 오래간 만인 것 같다.

그나마 책의 중반을 훌쩍 넘어서..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이 어느 한 쪽에 불균형하게 커지는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어느 한쪽과 그런 감정의 무게 자체를 거부하고자 하는 다른 한쪽의 관계가 어긋나는...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이별의 모습과 이를 감당해나가는 과정들이 훨씬 공감을 얻었달까... 그나마 이 부분에서부터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키워드와 이를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드라마의 고질병 중 하나인 극적 전개(할머니의 죽음과 이 때 내 옆을 지키지 않은 나의 애인과 같은..)는 재미를 위해서 그럴법 했다고 한다면 그럴법 했다고도 보일 수 있을테고, 이후 엄마의 김밥 집에서 피를 물려받아 나도 요리에 소질이 있는 듯하다는 스토리 전개.. 내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듯하다는 분위기 등...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렇게 읽어내게 만드는 스토리의 흐름에 타당한 개연성은 없지만..(솔직이 이렇게 꼭 화해를 통한 급 마무리를 해야만 하는지.. 라는 생각?) 그래도 볼 만 했다.

그나마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우연히 일본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의 이별을 통해 나의 실연을 정리하고자 했던 모습. 결국 듣고 싶었던 것은 잘 가라는, 혹은 안녕 이라는 평범한 인사말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나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책에 공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화부 기자의 서평처럼 정말 담담하고 서늘한 문체로 사랑을 다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표현이 너무도 담담하고 정적이어서 애초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보인다. 파격보다는 보편의 문제로, 시류를 벗어나 공감을 유발한다고 평가한 소설가의 서평은, 소설의 시대적 배경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듯 보이는 작가에게 너무 후한 평가가 아닌가 싶다.

아니.. 어쩌면, 대학을 들어서는 순간, 20대가 되는 순간 이미 취업이라는 또 하나의 지상 최대의 목표와 이를 위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기술습득만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현재의 20대들을 대신해 꿈을 꿔주는 역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새로운 장르로 봐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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