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도 인터넷해요? - 김미희 동시집
김미희 지음 / 아이들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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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 가득 동시를 안고

                                                                                  -황호선
 

‘달님도 인터넷해요?’ 평소엔 시집엔 관심이 없던 터라 항상 딱딱한 시집 이름을 생각 했던 나는 시집 이름을 보고 호기심이 일어났다. 사실 어린이들을 위한 시집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었다. 시집을 읽는 것도 오랜만이라 다른 시집과는 다르게 뭐가 어쨌다느니 하는 생각도 없었고 읽으면서 한번에 확 와 닿는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시를 한 편, 두 편 읽으며 어린이들이기에 볼 수 있는 순수한 시선과 행동, 한번에 오진 않지만 천천히 밀려와 가슴에 와 닿는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시집의 시는 언제나 어렵고 어른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을 깨우치게 된 순간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것이 아닌 어린이들을 위한 시였기에 좀더 다가가기도 쉽고 읽으면서 웃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다름 아닌 ‘달님도 인터넷 해요?’였다. 다른 시들도 다 재미있었지만 제목이 ‘달님도 인터넷 해요?’였기 때문이었는지 유독 눈에 들어왔고 여러 작품들 중에서 이 시가 어린이들의 시선과 행동을 잘 나타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한 아이가 선생님에게 ‘달님도 인터넷해요?’ 라고 물을 땐 ‘아, 이래서 시집 이름을 이걸로 지은 건가?’ 라고 생각 할 만큼 어린이의 동심어린 생각이 깊이 와 닿았다. 내가 선생님 입장이라 생각하고 한 아이가 그렇게 물었을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어쩜 이렇게 순진할까?’ 어린이들의 생각을, 느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시였다.

‘나도 어릴 때 이런 적이 있었을까?’ 시집을 다 읽고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아니, 난 순수하지 않았어.’ 괜히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픽 웃으니 몇 가지 일이 생각났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일이지만 ‘냉장고의 계란을 품어보면 진짜로 병아리가 태어날까?’ 하는 생각에 직접 해 본 적이 있다. 물론 태어나지 않았다. 품는다고 진짜 태어 날 일도 없거니와 어떤 일에도 금방 질리는 나였기에 조금만 하다가 엄마에게 물어보니 안 된다고 하자 바로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잭과 콩나무’를 읽고 콩도 심어 본 적도 있다. 그것 역시 엄마한테 물어서 안 된다고 하니까 바로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딱 한번, 오래 갔던 일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오신다고 잠도 안자고 기다렸던 적이 있었다. 꼭 산타크로스 할아버지를 볼 거라는 생각에 꽤 오래 버텼었다. 하지만 금방 잠들었고 다음 날 선물을 받고 산타크로스 할아버지를 못 봤다는 생각은 잊고 마냥 좋아서 있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산타크로스 할아버지가 부모님이란 사실은 다 안다. 이 일을 떠올리다 보니 어쩌다 ‘나중에 커서 결혼하고 난 뒤 아이가 생겼을 때 내가 산타크로스 할아버지 역할을 대신 한 것을 눈치 채면 어쩌지?’ 하는 애늙은이 같은 생각도 했다. 이 시집을 읽으며 그때의 순수한 마음, 다음 어린이들이 계속 이어나가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어린이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이 시집을 다른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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