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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손에 쥔 것은 근래들어 자주 방문하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일명, '일미문즐' 이라는 카페의 리뷰에서 평판이 훌륭한 작가였고 그래서인지 기대감이
높았던 터였다. 그렇다고 덥석 책을 구입한 것은 아니었고, 카페 주인장이 남긴 한마디
댓글이 구매력에 결정적인 한 획을 긋는데 주효했다고 볼 수 있겠다.
"참말로 단편을 잘 쓰는 작가!"
카페의 상업성을 우려한 나머지,,, 웬간해서 칭찬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인장의 말은 역시나 틀림이 없었고, 그런고로 나는 벌써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의 딱
한권(?)을 제외하고 번역된 모든 작품을 소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또한 이제는
히데오라는 이름만 들어도 '후회없는 선택. 존경. 내 취향'이라는 말들이 내 안에서 마구
일어 서슴없이 그를 주변에 권하는가하면 이렇게 서평까지 저절로 남기게 된 것이다.
-독자된 입장으로 혼자서만 히데오씨의 작품을 짝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극찬들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 논해보자면,,,
'사라진 이틀'은 장편이지만 내용을 반추해 보면 단편이나 다름없다.
주인공 가지 소이치로는 현직 경찰관이면서,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자수한다. 하지만 그 자수는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 후며, 그 공백의 이틀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한다. 이 책은 그 공백의 이틀을 둘러싸고 경찰관, 변호사, 검사,
신문기자, 재판관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교도관... 이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 소이치로의
미완의 자백이라는 의문을 기점으로 총 여섯개의 시점으로 전개해 나간다.
그 각각의 장을 떼어 놓더라도 그것대로 하나의 완결된 수작임에 분명하고,,, 또 그 각각의
캐릭터들의 시점이 마치 점과 점을 교묘하게 하나의 선으로 엮은 것처럼 '인간 50년'이라는
메인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이 점에서 예리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프로라고 절감!
거기다가 경찰 내부의 심리적인 묘사가 굉장히 세부적이고 리얼했기 때문에 직장조직의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머릿속에 씬을 그리면서 읽는 맛도 녹록하다.
다만 한가지!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살인사건에 대한 휴먼 드라마라고
하는 골자가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지막 20페이지 남짓한 결말 부분은
나오키상의 심사위원이 지적했듯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도 수긍이 잘 되지 않는 마무리였고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큰 줄기인
미완의 자백만큼이나 미완의 작품이라고 하는 하나의 난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미리 말씀드린다. 하지만, 소설은 결말보다는 그 진행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전설의
계측기를 들이대면 가히 정석에 가까운 수작임에 틀림없다.
제 3의 시효나 루팡, 종신검시관에 비해서는 재미가 미들급 수준,
하지만 문학적 완성도와 6800냥이라고 하는 가격대비 가치로 따지자면,,,
어안이 벙벙해지는 ,,,단연 최고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