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시냇가에심은나무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귓가에 맴도는 음악이 있었다.

What Would I Do Without You? - Ray Charles

 

여행기들이 대부분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이 어울리겠지만... 이 책은 순례기라서 그런가?

아니..어쩌면 서영은 작가의 글이 보여주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일찌기 예수님의 12제자 중 한 분인 야곱이 전도를 위해...걸어서 갔다는 그길....

젊은이들이 걸어도 꼬박 한 달이상은 걷는다는 그런 험난한 길을 60을 훌쩍 넘긴 두 할머니가 길을 떠났다는 것이다.

 

고백하건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게 된 몇가지 오해들이 있어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었다.

어쩔수 없이 두 번이나 다시 읽어서 겨우 문맥의 의미를 이해하다니......나란 사람의 아둔함이란....

 

오해1 : 이번 순례는 작가 서영은님이 66세의 나이에 떠난 길이다. 글의 필체가 수려하고 아름다워 중년의 나이로 오해했었다.

 

오해2: 치타라 불리우는 지타는 서영은 작가보다 나이가 많다...선생님이란 호칭때문에 최소 서영은 작가보다 한 10여살 아래인줄 알았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니 글 전개상 치타와 작가가 벌이는 작은 다툼이나 시위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현실적인 여러 상황들이 결국 작가를 예정된 순례길로 내몰았다.

너무나 일상적인 상황의 반복에서 자연스럽게 순례의 길을 떠난 것이다. 게다가 이 길은 오래전부터 가야한다는 것을 느꼈고, 결국 치타의 주도로 자발적인 동참이 이루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산티아고 순례기들이...재미와 자기고난을 통한 묵상위주로 진솔하게 쓰여진 것들이 많은데... 이 책은 역시 작가가 다르구나 싶은게..문체가 수려하고 사실묘사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또한 지타와의 관계묘사에서도 마치 소설 속의 등장인물처럼 갈등과 해소가 있어 재미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작가의 신앙고백이 그 근본이다. 길을 걸으며 묵상하고 기도하고 환상을 보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몇 줄... 마음에 들어온 글들을 적어본다.

 

순례자들에게는 생명선 같은 그 표시가 도시의 길에서는 자동차 위주의 각종 표지판에 밀려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에, 가로등 기둥에, 또 어떤 것은 담벼락의 밑돌에 눈치를 보듯 그려져 있었다.

마치 나 자신의 신앙을 보는 듯해 가슴이 뜨금해 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해 우리의 생명선은 어디까지 구석으로 몰려나 있는 것인지... 그런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쭈욱 이어지는 노란 화살표는 얼마나 감동적인지....

      

한동안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직선 외길, 이렇게 계속 가기만 해도 되는 걸까, 문뜩 때아닌 의구심이 불쑥 고개를 쳐든다. '혹시 샛길을 그냥 지나친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는 즉시, 길바닥 돌위에 그려져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닳아버린 화살표가 희미하게 미소짓듯 '의심하지마, 그냥 가면 돼' 하고 안심시켜준다.   

그렇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의심치 않고 쭈욱 믿고 가면된다. 그러나 현실은 늘...이 길이 맞는지 되묻고 확인을 요구한다.

 

치타는 고행苦行으로서의 '산티아고 가는 길'로 나를 인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치타는 인도자였다..그러나 그녀는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인도자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다. 아마도 우리 삶속에도 이런 경우가 많지 않나 싶어 반성한다. 우리는 때론 하나님의 길을, 그 길로 인도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세상적인 이유로

 

문 저쪽,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는 지점에서 우리의 영안이 비로소 없는 곳에 '있는'것을 본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대상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배하려는 권력욕구, 얼마나 긴 세월동안 이 함정에 빠져 지냈던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으려면 자기 안의 결핍감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

언뜻 이해가 되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사랑은 어찌보면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타적인 광기이다. 결핍감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해본다.

  

  '벗는다'는 동사의 목적격은 자기애를 포함한 자기애의 원인이 되는 모든 물질적인 것이 다 포함된다. 그것을 버릴 수 있을 때만 타인의 짐까지도 '진다'는 수고와 책임을 기꺼이 다할 수 있다.  

그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쭈욱 중심이 되어 읽었던 것이 바로 '벗는다'였다. 무엇을 지고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자기 욕심을 버리고, 현실적인 사랑을 버리고, 금전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명예에 대한 탐욕을 버리며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여기서 무엇을 지고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참으로 독특한 시각이 아차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은 묵상도 없이 무엇을 버릴지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바로 언어도단!

 

결국 작가는 무엇을 위해 순례를 했던 거지?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에도 계속 궁금.........

 

나는 나 자신이 아주 소박한 나무십자가가 되어 거기에 그렇게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사원의 고요와 하나 되는 충만함. 비어 있음의 충만함으로 내 영혼이 기뻐 노래하고 있었다. 나는 바로 이것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왔다.

그렇구나...결국 비어 있음을 위한 채움이 무엇인지...작가는 무엇으로 채울지 아는 것에 대해 기뻐하고 찬양하는 듯하다.

 

그러므로 나는 또 하나의 문제에 접어들게 된다.

나는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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