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태도 - ‘사상의 패배’ 시대에 철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북노마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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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해 떠올려본다면,

고교 시절 윤리 시간에 어렴풋이 배웠던 공리주의, 스토아 학파,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이제는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어렴풋이' 떠오르는 몇몇 단어들이 전부인 듯 하다.

내 삶에 철학이라는 요소가 그리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철학은 결코 쉽지 않은 분야라고 이미 정해놓은 틀에 갇혀서일까, 왠지 고리타분하고 내 삶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게 '실천은 하지 않고 말로만 주장하는 철학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아즈마 히로키의 목소리가 담긴 철학의 태도는 일견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실학자 다산 선생이 자연스레 연계되며 우리의 삶에서 실천하는 철학이라면,

어쩌면 내 삶에 깊숙이 관계되어 있었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감상평의 결론을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정치적 문맥과 서브컬처의 문맥 양자를 공유하지 않는 한국인 독자가

아즈마 히로키의 탈정치적인 실천 전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참 어렵게 읽혔고,

인터뷰 내용을 통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내용이 애석하게도 많지 않다.

아즈마 히로키의 전작들인 '약한 연결'이나 '관광객의 철학' 등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더더욱 이 책을 향유하기 힘들었다.

전작들에서 다룬 내용의 흐름들이 이 책에도 이어졌기 때문에

전작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는 결코 용이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분 공감을 표할 수 있었던 몇몇 내용들이 있었다.

우선, 하위문화;서브컬처에 대한 관심이다.

저자가 통찰하고 있는 하위문화에 대해서는

김영하 작가가 쓴 '여행의 이유'에서도 다음과 같은 문맥으로 비슷하게 등장한다.


작가는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 없는 음성으로 낮게 읊조리는 소심한 목소리에 삶의 깊은 진실이 숨어 있을 떄가 많다.


저자는 일본의 많은 비평가들이 서브컬처에는 주목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서브컬처가 가진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 교단을 떠나 겐론을 운영하고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토론의 장을 이끌며

생산적인 요소들을 창출하고 있다.

서브컬처에 대한 주목과 저자의 실천에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었다.


더불어 인문학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가면 갈수록 고교에서는 문과보다 이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대학에서도 인문대학보다는 공과대학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얼마나 취업이 잘 되느냐의 잣대로 판단되기 때문이리라.

과학 기술이 발달해가는 이 시기에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처사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같은 때에 오히려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 빛을 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과 사회의 메커니즘과 가치, 향후 방향 등을 생산적이고 발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보다는 인문학이 더 제격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문학이 과학기술보다 우위에 있다는 식의 편협한 주장은 결코 아니다.

다만,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개인주의화 되어 왔고,

그런 사회의 양상 속에 우리의 삶은 더 각박해져왔기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인문학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식견이 짧아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고, 저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 

오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생각할 여지들을 만들어 준 책이다.

철학한다는 것은 곧 실천일 것이며, 철학자는 응당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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