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아 연인아
다이허우잉 외 지음, 김택규 옮김 / 휴머니스트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사람아]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의 감성적인 어조와 독특한 소설구조에 흥미를 느껴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에 [사람아, 사람아]의 원작이 된 편지집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책을 사보았다. 깔끔한 편집에 선명한 노란색 표지가 맘에 들었다. 수채화톤으로 그려진 꽃도 꽤 특이했다. 공들여 만든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연인을 죽음으로까지 치닫게 한 폭풍같은 사랑이다. 다이허우잉과 고난의 사랑을 나눈 원제라는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럴까.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너무나 순진하고 아이 같은 성품의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다이허우잉의 착한 성격에 반해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그녀 외에는 세상의 어떤 것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반동분자들의 연애라고 해서 공산당은 그들을 갈라놓으려고 갖가지 술책을 다 쓴다.

결국 다이허우잉도 현실의 억압을 못 이기고 결별을 선언한다. 이때 원제는 그냥 헤어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시대가 평화로우지기를 기다려 다시 재결합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시적이라도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죽음과 함께 두 사람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지상에 홀로 남은 다이허우잉도 죽을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써 역시 그 사랑을 마음 속에 간직한다.

죽음으로까지 치달은 사랑, 그 뒷편은 너무도 처연하다. 그래서 다이허우잉의 글은 펜이나 연필로 쓴 것 같지 않다. 사랑의 그리움과 회한을 펜촉으로 삼아 벼리고 벼려 이 글을 썼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언젠가 이런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아니, 자신이 없다. 죽음에 치달을 때까지 연인과 함께 있을 용기가 내게 있을까 의문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열렬하고 슬픈 사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충실함과 순결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세상은 이토록 어지러운데 사랑은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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