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세계 라임 청소년 문학 45
M. T. 앤더슨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땅딸막하고 넓적하고 단단한 그것, 마치 화강암으로 만든 탁자같이 생긴 외계인 '부브'는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침공영화와 달리 지구인을 공동 번영 동맹의 일원으로 초대했다. 자신들의 눈부신 기술을 순순히 내주었으며, 고단한 노동을 영원히 없앨 수도, 온갖 질병을 다 치료할 수도 있다고 장담했다.

인류가 끊임없이 얻고자 노력했고 끝도 없이 신의 영역을 넘보며 갖고자 했던 기술들, 그리고 매일 갖가지 힘든 노동으로 지쳐가던 지구인들에게 꿈같은 자유와 영원한 휴식을 약속했다.

영원한 휴식이 곧 영원한 안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부브의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점 더 과열되고, 심각해져갔다.
한때 잘 나가던 영업사원 아빠와 은행원이었던 엄마가 일자리를 잃자 아담 코스텔로는 아래층에 세들어 살게 된 클로이와 리얼연애 생중계를 송출하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싹을 틔워 번식하는 부브들에게 인간의 리얼 연애담은 흥미거리였지만, 헤어짐은 용납되지 않았다. 곧바로 부브들은 아담에게 어마어마한 계약위반 수수료와 관련 벌금을 부과했다. 자신의 삶을 비관해 집을 나갔던 아버지는 어느날 엄마의 차마져 훔쳐갔고, 엄마는 여전히 직업이 없고, 아담은 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시고 생기는 메디릭 병을 앓고 있는데다가 빚더미에 올랐으며 이제 겨우 열 다섯이 된 어린 여동생 네티는 오빠대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겠다며 리얼연애프로그램에 나갈 계획을 세운다.

이들에겐 끝이 없는 절망 뿐이다. 열심히 살아보려 하나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수렁속으로 빠지기만 한다. 1940년대부터 지구인을 지켜봐왔다는 부브들의 달콤한 계약을 세계의 지도자들이 한 번이라도 의심해봤다면, 그들의 친절 뒤에 숨은 저의를 알아봤더라면 인간이 한낱 저들의 놀이감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을텐데.

외계인 부브들이 내민 손은 친절을 가장한 계략이었다. 1940년대부터 쭉 지켜보며 침공전략을 세웠고, 지구의 지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지구는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단 몇%의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부브들의 병원에 가서 간단한 약 처방만 받으면 쉽게 나을 수 있는 병도 아담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생각도 못할 큰 돈인 것이다.

과연 아담은, 지구인들은 외계인들로부터 잠식당한 그들의 삶을 구해낼 수 있을까?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외계인들이 내 모습을 보고 있는건 아닐까? 어릴적 영화에서나 봐왔던 일들이 기술의 발달로 하나하나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며 자란 1인으로써 더이상 SF소설들이 한 사람의 공상으로만 생각되지 않을뿐더러 무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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