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들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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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고전을 좋아한다. 처음엔 영화가 시작이었다.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예뻤다. 매일 무도회를 열고 그 시절엔 모두가 평등하게 부유해 보였다. 어린 마음에 그 시절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영국이나 프랑스 그 어딘가에서 말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 시절이 여자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시기였는지 알게됐다. 특히 책으로 '그 때'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현실에 눈 뜨게 됐다. 지금도 '공평'하다 말할 수 없지만 그 시절에 내가 살았다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성인 여성은 오로지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야만 제대로 된 삶이며, 그 순간을 위해 평생 예의를 배우고, 원치 않는 교육들을 받아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에 외모가 최우선시 되는 세상. 지극히 도덕적인 것을 말하며, 아무리 가난해도 기본적인 교육과 몸가짐을 가져야 하는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눈으로 보면 얼마나 부도덕하며 침울한 세상인가.

이 책 '짝 없는 여자들'에 나오는 매든 자매들만 봐도 그렇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 동안 누리던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진 자매들. 그들이 할 수 있는 경제적 행위라고는 첫째 앨리스처럼 누군가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 둘째 버지니아처럼 귀부인의 말동무를 해 주는 것, 막내 모니카처럼 상점에서 일하는 것이 거의 전부다. 물론 젊은 여성들의 독립을 돕기 위한 일종의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미스 바풋'과 '로더 넌' 같은 여성도 있다. '로더 넌'은 꽤 급진적인 여성으로 결혼은 불필요한 행위이며 온전한 독립을 위해서는 남자를 멀리하고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미스 바풋'은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결혼이든 직업인이 되든 젊은 여성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데 힘을 쓴다.

런던의 작은 하숙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앨리스와 버지니아는 이미 혼기가 지날대로 지난데다 앨리스는 병약하고 버지니아는 힘든 생활을 견디지 못해 알콜에 중독된다. 젊고 이뻤던 모니카에게는 직업인과 결혼 두 가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 모니카는 사회 관습만큼이나 뻔한 결혼을 선택한다. 결혼 전엔 그토록 헌신적이던 남편의 모습이 결혼 후에는 또한 너무나 뻔하게 '권위적인 남편상'을 그대로 따르자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의 마음 속에 어둠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운다.

처음 모니카카 혼자 증기선을 타러 갔다가 우연히 남편 위도우선을 마주쳤을 때나, 미스 바풋의 사촌 에버라드 바풋이 로나 넌과 주고 받는 대화들에선 나조차도 설레고 그들의 미래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됐다. 19세기 당시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된 이야기이기에 기대한 해피엔딩이 될 순 없겠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와닿기도 했다.

심지어 그들의 모습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현재의 우리 엄마 세대가, 우리 세대의 여성들이, 또 내 딸아이 세대의 모습이 투영돼 보이는 것 같아 한편 씁쓸한 마음도 남는다. 남자든, 여자든 스스로 온전한 사람으로 독립해야만 결혼을 하든 안하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만은 자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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