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 -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뛰어난 여성 예술가 57인의 삶과 작품
플라비아 프리제리 지음, 김영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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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하면 떠올리는, 보편적이고도 한 곳에 머물러 있는 듯한 생각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걸까. 아름다움을 상징했던 오브제로써의 여성은 전통적 틀에 갇혀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했고, 수동적 존재일 뿐이었다. 미술의 역사에서 그 시대의 흐름을 주도한 예술가들은 ‘남성’으로 정의돼왔다. 그러나 그러한 흐름에는 남성뿐만이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예술을 말하는 뛰어난 여성 미술가들도 존재했다. 매너리즘 시기의 라비니아 폰타나부터 현시대의 동시대미술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자신만의 주체성을 띄고 꿋꿋이 예술이라는 언어를 창조하며 시대 속에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그들은 시대적인 배경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그들이 어떤 행보를 걸어왔고, 어떠한 작품을 창조해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며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큰 변화를 만들듯, 예술계에 대한 관심과 노력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차차 변해갈 때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큰 틀도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라비니아 폰타나(1552~1614)는 이탈리아의 매너리즘 화가로 독립적으로 활동한 최초의 여성 직업 화가이다. 그녀는 초상화를 주로 그렸고, 당시 남성 화가들에게만 주어지곤 했던 개인·공공장소를 위한 그림을 의뢰받기도 하며 명성을 얻었다. 폰타나의 후원자는 여성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그녀를 뛰어난 화가라고 말하며 매너리즘 분야에서 보기 드문 예외적인 인물이라 칭하기도 했다. 작품 중 <비앙카 데글리 우틸리 마셀리와 여섯 아이>(1600)는 대상을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폰타나의 능력이 잘 드러나 있다. 남자들만이 예술가로 인정받았던 시대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진정한 화가. 폰타나의 예술은 미술사의 흐름에 등장한 용기 있는 언어이자 목소리였고, 후대의 많은 여성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된다. 

 

 

 어쩌면 아티스트 앞에 ‘여성’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 자체도 모순일 것이다. 이때까지의 미술사는 남성이 주류였고,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라는 명칭은 그들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그 세 글자에 여성 아티스트들이 속하지 못했기에 예술가라 불릴 수 없었던 사실은, 그야말로 미술을 창조하는 주체의 범위를 제한해버린 것이다. 앞서 말했듯, 르네상스 이후 등장한 여성 예술가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는 예술적 창조를 해왔다. 그러나 고전의 고정 관념으로 정의되어버린 ‘아티스트’의 개념은 그들을 인정받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여전히 여성 아티스트들은 ‘예술’이라는 언어를 가지고 여러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생각도 확장되어 다양성을 가졌듯, 예술가를 정의하는 개념을 받아들임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동시대 여성 아티스트들은 보다 더 강하고 독립적인 방법으로 세상의 논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시대 여성작가들의 작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을 여성 아티스트가 아닌 ‘아티스트’로써 수용하게 될 것이다.

 

 인식이 나아진 현재까지도 여성 아티스트의 비율과 예술계에서의 그들의 입지는 비교적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동시대적 관점에서 예술, 그리고 예술가는 그 가치와 다양성을 존중받고 있다. 그에 맞는 다양한 예술의 분야적인 노력도 한몫을 하고 있다. 1월에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영화 속의 대사, 행위의 묘사를 통해 남성 중심의 예술 문법을 무너뜨리려는 의지를 확실히 나타내려 한다. 한편, 화장품 회사의 소속인 코리아나 미술관은 여성 전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며 15년간 지속적으로 여성과 여성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시를 개최했다. 2018년 선보인 ‘히든 워커스’ 전시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풀어내 주목받았다. 또한 다른 전시에서 확고한 신념을 밝히며 작업했던 게릴라 걸스의 포스터도 선보였다. 이렇듯 영화, 전시 등 여러 예술분야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는 현시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아트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그로인해 예술에 대한 여성 아티스트들의 신념은 미술계, 더 나아가 큰 틀의 예술계 안에서도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단숨에 읽는 여성 아티스트’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가치 있는 인물들을 다시금 조명하는 책이자, 거시적 관점에서 시대에 따라 주체가 되는 여성 아티스트의 예술가적 변화도 이끌어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특정 계층이 향유해왔던, 고차원의 분야이기에 아무나 쉽게 누릴 수 없다고 생각됐던 예술도 이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누려야할 것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예술은 높고 낮음으로 매길 수 없는 분야로 우리 안에 속해있다. 과거와 비교하여 전환된, 그리고 앞으로 더욱 전환될 인식이 빛나는 예술의 가치를 만들어나가길 고대하고 바라며 책을 덮는다. 

 

 

“ 전 세계 주요 아티스트에 대한 탁월한 조사, 이 중요한 여성들은

 우리 미술사의한 부분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중요한 재발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제시카 모건, 예술 디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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