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26
조우리 지음 / 사계절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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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표지가 굉장히 눈에 띄었다. 표지에 이 책의 주인공들인 오사랑과 이솔의 일러스트가 크게 들어가 있다. 또한 표지 말고도 책의 맨 처음 부분 몇 장이 만화 형식의 일러스트로 그려지기 때문에, 도입 부분에서 흥미를 가지기 쉽다. 뿐만 아니라 만화와 함께 캐릭터의 성격, 특징을 해시태그를 이용해 소개함으로써 캐릭터를 파악하기 쉽게 한다. 글로 된 소설을 읽기 전에 캐릭터들의 외모와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각 상황에 맞게 캐릭터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오, 사랑」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 형식의 일러스트는 중간에 한 번 더 나온다.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 책의 줄거리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로맨스 장르라고 하면 주로 남자와 여자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여 이야기를 다루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선 여자와 여자, 동성의 사랑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실제로 이 소설은 10대의 연애, 그 중에서도 레즈비언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동성 연애를 주제로 하여 이야기가 서술된다.
24쪽. "나는 사랑이야. 오사랑."
이 소설은 글 안에서 '나'가 등장하고 '나'의 심리 묘사가 드러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학교에서의 소문, 부모님 문제, 그리고 타지 생활 등등의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하여 발생하는 갈등을 18살 소녀, 오사랑의 시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시점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설정함으로써 10대 커밍아웃, 동성 커플의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나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이솔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오, 사랑」을 보고 싶다. 이 소설 속에서 오사랑은 발랄한 성격을 가진 반면에 이솔은 차분하고 무덤덤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인 오사랑과 이솔의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상황들, 특히 오사랑과 이솔이 영국에 온 초반에 있던 여러 갈등을 오사랑의 시점이 아닌 이솔의 시점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3쪽.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밤이 오기 전에, 떠나야 한다. 커다란 백팩을 찾아 옷을 챙겨 넣었다. 여권과 엄마 통장도 챙기고 런던 주소도 챙겼다.엄마 말대로 내가 스무 살이 넘으면, 그 때가 되면, 엄마도 나의 선택을 이해해 주겠지. 미안함, 죄책감 같은 것이 갈비뼈 아래쪽에서 슬며시 술렁거렸으나 모른 척했다. 집 떠나는 모든 자식들은 이런 순간을 넘어야만 할 것이다. 남들보다 아주 조금 빠르게 내 인생을 찾으려는 것뿐이다.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인 오사랑과 이솔이 영국에 가게 되는 과정이 굉장히 기억이 남았다. 과연 18살과 19살의 여자 고등학생 둘이서 외국으로 떠나는 것이 쉬울까? 소설 속에서, 자신을 낳은 친아빠가 영국, 런던에 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사랑은 바로 이솔에게 전화해 지금 당장 떠나자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이솔은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리며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둘은 바로 공항으로 가 당일 아홉 시 오십 분 두바이 경유 런던행 표 두 장을 예매하고 런던으로 떠난다.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말레이시아로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때에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국하기 위해서 복잡한 절차를 많이 밟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출국을 하고자 한다면 탑승권 발급 및 수화물 위탁, 보안검색 및 출국심사 등의 여러가지 출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오, 사랑」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간단히 생략했다. 물론 작가가 생각하기에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에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인공들의 출국 과정이 생략되면서 이들의 출국과정이 너무나 단순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공항에서의 출국 절차 이전에, 영국으로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들이 다소 많이 생략되어져 있다. 이로 인하여 전개가 급작스럽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진다. 차라리 두 인물이 출국하기 위한 과정을 더 자세히 서술하며, 이로써 발생하는 두 인물의 갈등을 등장시켰으면 좋을 것 같다.
87쪽. “레즈비언 바이러스 옮으면 어떡해?”
동성애가 주제가 되는 소설인 만큼, 읽으면서 소설 속에서 나오는 동성애 관련 내용과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관련 내용들을 많이 비교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퀴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나의 착각이었고,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른 부분이 많이 존재했다. 사실 이 축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향유하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 원래 목적이지만 축제 안은 축제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욕설과 야유가 엄청났다.
「오, 사랑」에서도 이러한 성소수자가 차별받는 현실을 잘 나타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십대의 사랑, 십대의 커밍아웃을 주제로 하여 페북지기 초이스에 선정되는 장면이 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전교생 모두에게 레즈커플이라고 소문이 나게 된다. 주인공인 오사랑은 친구들에게 좋지 못한 시선을 받으며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배웠어."와 같은 말을 듣는다. 이런 부분들을 통해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동성애 차별을 잘 표현했다.
「오, 사랑」은 18살 소녀 오사랑이 한 살 많은 동성 친구 이솔을 만나 첫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요한 내용이 되는 동성애 이외에도, 가출, 타지 생활, 가족 관계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잘 드러나 있어 이야기 진행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이기적인 것은 내 마음대로 삶을 사는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것은 다른 사람이 내가 원하는대로 살길 바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동성애에 대하여 너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소설 속에서도 보이듯, 동성애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가까이에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가 동성애라고 하면 떠오는 편견들과 많이 다를 수 있다.
이 소설의 결말은 다행히 해피엔딩을 맞았다. 오사랑은 우여곡절 끝에 영국에서 아빠를 찾게 되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영국을 떠나기로 한다. 이솔은 영국에 남아 타투를 배우기로 하며 둘은 헤어지게 된다. 둘이 헤어지는 엔딩이 슬프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사랑과 이솔 모두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자신이 무엇이 하고 싶은지 알기에 서로를 위해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아빠가 영국에 있었고, 실제로 영국에서 아빠를 만났다는 것과 할머니의 가족들의 설정은 너무 과한 감이 없지않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충격과 감동과 아쉬움을 남겨준 「오, 사랑」은 청소년이 읽기에 가치 있는 책으로 여겨지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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