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없애자는 지극히 당연한 목소리.

비 온 뒤 맑음 -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지음, 강영희 옮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감수 / 사계절 / 2022년 9월

  요즘 핫한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출판한 사계절 출판사에서 이번엔 대만의 동성애 결혼 합법화 과정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비온 뒤 맑음>이다.

  대만의 동성애 결혼 합법화 과정은, 한번의 실패를 겪는다. 햇살을 바랬건만, 한번의 국민투표는 동성애 반대 우세라는 차가운 비를 맞는다. 하지만, 결국 그 다음해에 입법을 해낸다. 말 그대로 비온 뒤에 무지개가 뜬 것이다.

  우리나라는 분명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조금은 무심해보인다. 햇볕은 커녕 비도 제대로 온 적이 없으니, 우리의 관심 밖에 있는 하늘이고 날씨이다. 개인적으로 동성애, 동성애 결혼은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에 대한 반대는, 독립적인 정체성을 가진 개인간의 일에 국가가 개입하는 꼴이고 타인이 간섭하는 꼴이다. 그저 단순한 폭력일 뿐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동성애반대라는 폭력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열을 올리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반대 단체의 자금력이 강해서 이기기 어려웠다는 내용은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도 합리적이고 똑똑한 사람들이 남이 사랑하든 말든 거기에 돈을 쓰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자신만이  '정상(normal)'이란 건방떠는 태도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교정하고 싶은 유치하고 폭력적인 욕구다. 본인이 추구하는 것은 본인의 삶에서 끝내면 될 일인데.

  또 기억에 남는 내용은,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입양이다. 생식하고 싶다는 욕구와 무관한 사랑이, 생식을 목적으로 한 사랑보다 더 우월하다고 할 건 없다.다만 좀 더 분별없고 차별없는 사랑임은 분명하다. 거기에, 버려진 아이들의 대다수는 이성애자들이 버린 아이들이니, 동성애자들의 입양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은 세상에 행복을 더해주는 동시에 불행을 덜어주는 사랑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성애자이다. 하지만, 동성애자에 대한 폭력에는 최소한의 관심은 가지려한다. <그 시간에 네 할일이나 더 해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정돈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을까. 세상을 어지르며 그저 내 몸만 깨끗하고 단장하면 무어하나 싶다. 세상에 홍수가 나면, 일단 방주로 피하고 높은 곳으로 피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물길을 내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데 말이다. 부조리에 무감각하다면 나 자신만을 바라보는 시간도 더 늘어날 것이고 나의 경제적 가치는 올라갈지 모르지만, 그것을 더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게 마치 '능력'처럼 평가된다면, '부조리에 둔감할 능력'이란 게 인정되는 끔찍한 세상에 우린 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에 의한 동성애자를 향한 폭력을 조명한 이 책은, 잘 팔릴지 잘 팔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물질적 평가 이외의 축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고 그런 축에서 바라본다면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세상에 불필요한 교정과 간섭들이 빨리 교정되어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