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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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 "나는 당신 편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마음의 눈이 멀어서 그것을 모르는 겁니다. 당신을 위해서 기도드리겠어요."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 속에서 뭔가가 폭발해 버렸다. 나는 목이 터져라 고함을 치기 시작했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기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사제복 깃을 움켜잡았다. 기쁨과 분노가 뒤섞여 솟구쳐 오르는 가운데 나는 그에게 마음속을 송두리째 쏟아부었다. 그는 어지간히도 자신만만한 태도군, 안 그래? 그러나 그의 신념이란 건 죄다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해.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셈이지. 나를 보면맨주먹뿐인 것 같겠지. 그러나 내겐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 신부 이상의 확신이 있어. 나의 삶에 대한, 닥쳐올 그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래, 내겐 이것밖에없어.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굳세게 붙들고 있어. 그진리가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만큼이나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또 언제나 옳아.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았고, 다른식으로 살 수도 있었어. 나는 이건 했고 저건 하지 않았어. 나는 어떤 일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일은 했어. 그러니 어떻다는거야?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나의 정당성이 증명될 저 신새벽을 여태껏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난 그 까닭을 알아. 신부인 그 역시 그 까닭을 알아.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었어. 내가 살고 있는, 더 - P146

실감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다, 그 바람이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거야? 그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들,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들,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거야?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택하도록 되어 있고, 나와 더불어 그처럼 나의 형제라고 자체하는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이해하겠어? 이해하겠느냐고? 사람은 누구나 다 특징가진 존재야. 세상엔 특권 가진 사람들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도 역시 장차 사형 선고를 받을 거야. 신부인 그 역시 사형을선고받을 거야. 만약에 그가 살인범으로 고발당하고 자기 어머니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당하게된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살라마노의 개나 그의 마누라나 그 가치를 따지면 매한가지야. 자동인형 같은 그 키 작은여자도, 마송과 결혼한 그 파리 여자나, 또 내가 결혼해 주기를 바랐던 마리나 다 마찬가지로 죄인이야. 셀레스트는 몽보다 낫지만, 레몽이 셀레스트 못지않은 내 친구라는 게 무슨상관이야? 마리가 오늘 또 다른 뫼르소에게 입술을 내비치고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도대체 이해하기나 하는 거야?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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