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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 이지애 감성 에세이
이지애 지음 / 해냄 / 2012년 10월
평점 :
20대의 나에겐 아직은 먼 이야기 같은 30대의 삶.
서른 살 즘엔 모든 것이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꿈꾸는 나에게 그녀는 말한다.
“서른한 살에도 끊임없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이 책이 특별한 점은 ‘이렇게만 하면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저는 지금 성공한 여자로서 너무 행복해요’ 와 같은 보여주기식 자서전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보다 먼저 인생을 시작했기에, 일찍 경험한 삶의 기쁨과 무게를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는 따뜻한 책이라는 것이다.
티비 속의 이지애 아나운서는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너무나도 예쁘고 매력적이며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언론인이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나의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아나운서’ 라는 직업을 가진, 부럽고도 먼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책 속의 그녀는 고민해야 할 때 고민하고, 방황하고, 좌절도 맛보는 성장과정 한 가운데에 있다. 남부럽지 않아 보이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그녀도,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감정들을 느꼈고, 그로 인해 자신은 어땠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읽다보니 마치 친한 언니가 내 옆에 앉아 자신이 먼저 겪었던 재미난 인생얘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것 같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마저 힘들었다던 취업준비생이 느꼈던 막막함, 평생 함께일 것만 같았던 소중한 친구가 멀어져갈 때의 슬픔, 첫 출근의 설렘, 그렇게 설레던 직장을 다니면서 겪게 되는 매너리즘, 결혼식 전날의 행복 반 두려움 반, 부모님의 눈물... 오롯이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들이 이 책에 담겨있고, 이를 통해 나는 그녀가 터득한 삶을 대하는 자세와 성장과정을 들을 수 있었고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이지애 아나운서와 그녀의 책에 ‘퐁당’ 빠져버리고 흠뻑 젖게 된다. 가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감성에세이를 통해, 좋은 언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말해준다.
꿈꾸는 지금의 내 모습이 충분히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