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인의 비정상적인 죽음 - 황제의 정치 보복에 죽어간 불세출의 문인 36인
리궈원 지음, 김세영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문체를 무시할 수 없다. 번역 글인 경우 작가의 문체뿐만 아니라 번역자의 번역 역량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보는 책의 50-80%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다. 훌륭한 생각이 형편없는 문체 때문에 빛을 못 보는 것과 같이, 훌륭한 작품이 형편없는 번역자를 만나 졸작으로 변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 책은 사마천에서부터 왕궈웨이에 이르기까지, 중국 한나라 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30여 명에 이르는 문인들의 ‘비정상적인’ 죽음을 다루고 있다. 솔직히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가 잘 몰랐던 사람도 있고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문체의 매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옛날 문인들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언듯언듯 드러내고 있다. 삐딱한 시선과 시니컬한 말투가 어우러져 옛 문인보다 오히려 작가 자신에게 관심을 쏟게 만든다. 7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이 책의 원작자만의 공은 아니다. 무엇보다 원작자의 입담을 살아있는 우리말로 생생하게 재탄생시킨 번역자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책의 매력을 이처럼 실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의문이 들었다.
“죽음에도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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