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잡담에 적당히 참여하는 방법 - 과학의 눈으로 본 내향인의 이중생활
젠 그렌맨 지음, 노혜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말. 나 자신을 아는 것은 자존감의 토대이자 건강한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많은 내향인들은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그 이유를 책을 통해 두 가지를 알게 됐다.

1. 본인의 욕구를 경시한다. 내향인은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다가 종종 배려가 지나쳐 다른 사람의 욕구만 중시하고 본인의 욕구를 잊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기만 하는 것이다.
(312~314p)

2. 외향인을 흉내낸다. 몇몇 내향인은 내향성을 외향성과 비교할 때, 열등한 것으로 여기고 외향성을 우상화하는 것이다.
(174~178p)

다시 1. 본인 스스로가 먼저 자기 자신의 욕구를 존중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그 욕구를 알고 존중한다. 내향인은 본인처럼 다른 사람이 자신을 말하지 않아도 배려하기를 기대한다. 보통 그 기대는 무산되지만. 그러니 말해야 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2. 외향인을 흉내내는 내향인은 본인의 모습이 아닌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비치기 어렵다. 책은 내향인이 내향인의 장점을 살리면서(잘 듣기, 차분한 태도), 내향인의 기질에 맞는 지침(자발적 타임아웃, 지금 있는 곳을 편한 곳이라 상상, 순간의 감각을 느끼며 현재에 집중)을 준다.

책을 읽기 전, 나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만남을 좋아하면서도 만남 이후에 필연적으로 피로가 수반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만남이 없는 것은 외롭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모순된다고 느꼈다. '기대평'에 썼듯 이 책이 이런 내가 어떤 나인지 알려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책에는 '내향인 숙취'라는 개념이 나온다. 술을 좋아하면서도 술을 마신 이후에 숙취가 있듯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만남 이후에 그 후유증이 있다는 것이다. 또, 술을 마신 뒤의 숙취가 사람마다 다르듯 사람을 만난 뒤에 숙취, 즉, '내향인 숙취'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책은 전한다.
(88p)
그리고 내향인 숙취가 심한 사람, 그러니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읽으면서 공감이 갔고 동질감이 느껴졌고 그 과정이 위로가 되었다.

그러면서 책은 내향인에게는 '고독', 즉, '작동 중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자 에스터 부흐홀츠의 말과 하버드대 다니얼 길버트의 연구, 사회학자 리처드 아럼과 호사파 록사의 연구로 이를 뒷받침한다.
(136~139p)

내향인, 너 자신을 알라. 책은 친절히 알게 안내해준다. 내향인은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단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는 것일 뿐.
(77~78p,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이 인용된 부분)

이렇게 책은 나 자신을 알게 해준 뒤 인생의 두 가지 큰 과제, 사랑, 직업을 마주할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안내한다. 그리고 갈등 접근 방식과 직업 접근 방식에서 내향인과 외향인의 차이를 다루며 내향인에 맞는 지침을 제공한다.

이 책은 전문적이다. 책에는 많은 연구와 전문가의 말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한다. 책 맨 뒤에 참고 문헌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꼼꼼함과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젠 그랜맨 작가님, 당신은 혼자 일을 잘하는 내향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셨군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문득, 나는 서평이라도 치밀하게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전문적이면서도 다채롭다. 작가는 '내향인 여러분'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서 오고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다루는 내용의 폭을 넓혔고, 이를 통해 독자는(나는) '이런 기질이 나한테만 있는 게 아니구나.' 느끼고 공감하며 위로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실용적이다. '~하는 법'과 같은 지침을 다채롭게 제시한다. 예를 들면, '거절을 잘하는 법', '자기 홍보를 잘하는 법', '인맥 관리를 잘하는 법', '회의 시에 수월하게 말하는 법', '비생산적 과잉 사고를 줄이는 법'.

아쉬운 점은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보았는데, 하나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적용할 수 있을까?' 싶은 문화적인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274~277p)
회의 시에 수월하게 말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다. 완전히 정리하고 이야기할 필요 없다, 사람들은 설익은 이야기를 자주 하며 그거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또, 목소리를 약간 높이고 끼어들어도 된다는 부분.

우리나라는 토론하는 문화가 아직은 정착되지 않아 설익은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안 좋게 인식될 수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었다. 또, 회의 중에 끼어드는 것도 예의가 강조되는 우리나라 문화를 생각하면 조금 더 제한되는 상황에서 가능하겠다고 느껴졌다.

다른 하나는 다소 과하게 내향인 중심적으로 서술됐다고 느껴진 부분이 있었다.
(294~295p)
내향인이 내면세계 안에 있을 때 표정을 보고 사람들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 게(물론 걱정하는 말인 건 알겠다는 서술이 있지만) 스트레스가 된다는 부분.

내향인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읽기에 따라서 외향인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걸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럴만한 여지가 있어 보였다.

그치만 이러한 아쉬움들은 부분에서 느낀 것이고 전반적으로 훌륭한 책임에 틀림 없다. 또, 이러한 아쉬움들조차 보완되어야 할 부분으로 느껴지기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뿐이다. 좋은 책을 만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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