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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선택할 때는 늘 언제나 기준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거나.
몇년전부터 한강이라는 이름을 서점에서 자주 발견함에도 불구하고 늘 소설이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 읽지 못했는데, 알라딘 리뷰에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 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 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 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이 글귀를 보고 나의 외할머니가 생각이 났고, 할머니의 작은 새가 보고싶어져 나도 모르게 서점으로 갔다.
많이 마음이 아프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었구나를 절절히 느낀 책. 무엇보다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그 수많은 영화와 책을 보면서 왜 그 사람들은 도청을 지켜야만 했을까, 질 것이라고 뻔히 앎에도 불구하고 왜 그랬을까라는 궁금함이 있었는데, 이책에 그런 부분이 나온다.
가족들을, 시민들을 더 나아가 고귀하게 빛나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 만약에 그 많은 공수부대원들이 투입이 되었는데 도청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면, 그들은 그냥 돌아갔을까....분명 더 많은 시민들이 다쳤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아무도 말은 안했지만, 책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모두가 아픈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그 날이 지난 후에도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린 책. 동호를 잃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하지 않은 미래지만 우리들이 해야할 일들을 그린 책이다.
첫페이지를 펴고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읽어간, 중간에 울컥거리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것을 참으며 읽어내려갔다. 이러한 역사를 왜 아무도 잘 알지 못하고, 심지어는 비하하는 사람마저 생길 수 있는 것일까. 왜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은 멀쩡히 살고 있고, 이 일로 인해 사형까지 선고 받은 사람은 작은새처럼 벌써 날아가 버린걸까. 이것은 정말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