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다학생작품집 1
피바다학생전문공작실 육성회원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피바다학생공작실'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다소 키취적이고, 요즘 유행하는 소위'엽기' 코드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것만으로 이 작품집을 속단해서는 안된다. 단순히 난무하는 하드고어의 표면 그 안쪽에는, 더 많은 양과 넓은 폭의 감정과 정체모를 욕구와 감각의 세계가 은둔하고 있으며, 정작 찢어 발기고 박살 내고자 하는 것은 인체의 사지가 아니라 '만지지 마세요' '접근금지' '촉수엄금'따위의 경고문 처럼 우리의 관습속에 배포되어진 어떤 갑갑한 규범들일지도 모른다. 피바다학생공작실의 실장(?) 조경규는 그러한 정체불명의 접근금지 영역을 섬세한 무법자의 필치로 칸칸히 부숴나간다. 결코 흥분하지 않고, 선혈이 낭자하지만, 뭔가 침착하고 담담하며 쿨하게, 피식피식 웃으면서 한편 아주 정밀한 분쇄기를 조작하는 용의주도한 과학자처럼, 그러면서 또, 아, 이것은 농담입니다. 너무 괘념치 마세요. 같은 가벼움의 알리바이도 마련해놓고 있다. 신종 아티스트의 등장. 환영합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쯤은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진정한 재생을 위한 진정한 파괴의 행진에 독자로서 적극동참하리오.

던져진 화두는, 과연 이렇게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박살내고, 분해하고, 깨뜨려버려야 할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 가리워진 목표물과 숨겨진 감정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이 문제로다.

디자인: good 인쇄상태: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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