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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ㅣ 가로세로그림책 4
니키 매클루어 글.그림, 강수돌 옮김 / 초록개구리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마트에 가서 채소나 과일을 사면서 먹어도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싸늘한 물건일 뿐이다. 공산품도 아닌 것이 무더기로 켜켜이 쌓여 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 사오곤 한다. 나혼자 민감한 것일까... 친환경이나 유기농 매장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이런 먹거리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니키 매클루어라는 작가가 미국의 어느 동네 장날 풍경을 담은 이 책을 보니 부러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시장엔 마트나 백화점처럼 그렇게 다양한 것들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제철에 먹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것들이 소박하게 선을 뵌다. 먹을 만큼 만들어서 필요한 만큼 판다. 만들어진 과정을 아이가 알 정도로 집 근방의 먹거리이다. 듣도보도 못한 먼 나라의 어느 지방에서 몇날며칠 트럭으로, 배로, 비행기로 온 것이 아니다. 더욱더 큰 감동은 먹을거리를 만들어준 농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글이다. "땅과 나무, 꽃과 벌, 염소와 물고기,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모두모두 고마워요."라고 하면서 글을 마치고 있다. 부끄러워졌다. 마트에 아무렇게나 쌓인 채소나 과일도 누군가의 손에서 그래도 자연의 힘을 빌어 정성껏 길러졌을 텐데...
뒷표지를 보니 미국 페어런츠 초이스 어워드 심사평이 실려 있다. 공감할 만하다.
"시장에 물건을 내놓기 위해 고된 일을 하는 사람들, 시장에 나온 갖가지 물건들과 먹을거리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그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데 이 책만큼 좋은 수업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마다 재래시장 하나쯤은 제발 살려두었으면 좋겠다. 번듯하지만 사람 냄새 안 나는 차가운 마트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