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 2500년의 잠에서 깨어난 얼음 공주와 미라 전사들 경희 고고학 고대사 연구총서 1
N.V. 폴로스막 지음, 강인욱 옮김 / 주류성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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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래되어 기억으로 남겨지지 않은 오래된 부분을 우리는 남겨진 유물을 통해 추리하곤 한다. 우리는 때론 유물이 남겨지기 어려운 유기체라는 생각을 뒤로 하고 전하는 유물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문명 발달의 정도를 생각하는 우매함을 갖기도 한다. 정착민보다 유목민의 생활이 덜 발전된 문명이라는 생각도 이러한 비논리성에 기인한다. 과거의 역사에 접근하려면 철저한 고증과 빈틈이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야겠다.

유물은 또다른 존재가 변형되어서 집약된 표시이며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면 열려 있는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의례 연구의 다양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 문화에 속해 있어야 해석이 가능하다. 문화의 물질적 특징에서 의례적 상징을 찾고 이를 비교 연구하는 과정에서 문화의 독특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세계 문명의 두 축인 유럽과 중국 문명 사이에서 이동하며 꽃피었던 파지릭 문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복과 토기, 펠트, 발삼, 문신, 여성에 대한 태도, 약초학, 자연 자원, 생계 경제에 대한 여러 요소를 종합 연구한다. 이를 전후의 시대와 지리적 분포와 비교하여 우코크 고원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파지릭 문화에 대해 살펴 나간다.

과거의 유물이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기적 같은 일. 도굴되지 않은 채 얼음 속에서 발견된 놀라운 유물복합체 덕택으로 과거의 문화를 여러 학문적 도움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유물 출토지역과 동일 문화권으로 볼 수 있는 지리적 장소가 오늘날의 유목지 분포와 유사하다는 사실에 문화적 원형은 의식하지 못한 채로 계속 같은 자리에 있어왔다는 사실은 경이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의 존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손톱만한 사료로부터 이어붙이기를 통해 나아가는 선대 문화의 원형에 대한 탐구의 노력은 경이로움 부분이지만 죽음이 살아생전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문명에 대한 섣부른 판단과 같은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안타까운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지구상의 인류가 영생을 꿈꿔서 생전의 모습과 환경을 무덤 안에 갖추고 있는 것일까? 그 자체가 새로운 의례로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소망이 투영된 것 아닐까 하는 물음을 뒤로 한 채 여전히 남은 실제 생활의 모습 재현에 대한 문제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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