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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평점 :
아주 예전에 밤을 새워 가며 읽었던 적이 있는 <웃는 남자>가 초판본으로 나왔다길래 먼저 주문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 <웃는 남자>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왜일까. 무엇이 이토록 가슴 한 구석에 아련한 느낌을 남겨놓았는가.
예전 사람들의 이성이 지금처럼 깨어있지 않던 시절에 (그렇지만 불과 백몇십년 전 이야기다)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는 기이하게 생겼거나 기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들을 몸종이나 광대로 만들어 곁에 두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멀쩡한 아이들까지 귀족에게 팔아넘기려고 한 자들의 만행 중에 하나가 칼로 미소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악당들의 만행이 만든 웃음으로 인해 어린이 그윈플렌은 평생 전대미문의 얼굴을 가진 채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로 살아간다. 웃으며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그윈플렌. 그는 진정으로 웃는 것이 아니다. 그의 얼굴만 웃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웃지 않았다.
작품 속 그윈플렌만이 ‘웃으며 사는 남자’인가.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역시 그처럼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거나’ 반대로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할 때가 많다.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미소를 가진 한 광대 남자의 모습에서 처량하게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웃어야 하는, 그렇게 갑질을 당하는 우리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어깨를 펼 사회는 언제 도래할 것인가.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키는 이 사회가 진정한 웃음이 있는 사회인지를 생각하게 된 계기이다. 그리고 백몇십년이 지나도 이런 웃음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더 서글프다.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만 하는 그들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가. <웃는 남자>는 당신이 생각하는 인간이고 이성적으로 깨어있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데, 초판본 표지라면 평생 소장하며 간직하고, 힘들때 한번씩 꺼내서 읽어야 할 책이다. 이런 책이 있기에 이 사회가 그럭저럭 굴러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