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만약 폴 오스터가 이 글을 본다면  조금 혹은 무척 슬프겠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건 이젠 정말 다시는 오스터의 책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오스터가 이 글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작가라고 가정하고 더이상 당신의 책을 읽지 않겠다는 독자를 만난다면 슬플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렇다고 이 책이 최악인가하면 그렇지는 않다. 결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매우 재미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폴 오스터의 책은 읽을 때는 아주 재미있지만 읽고 나서는 멍해지는 거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 읽고 나면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무얼 읽었는지 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건 아마도 더이상 나와 오스터가 어떤 취향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지 폴 오스터라는 작가가 구려진게 아닐 것이다.
<어둠속의 남자>를 읽기 전에도 사실 이젠 오스터의 책은 그만 읽어야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읽었던 <신탁의 밤>도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라딘에서 날아온 메일 광고를 보고 <어둠속의 남자>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스터는 늘 그렇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시놉시스를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무척 흥미를 느끼는 그런 상황을 언제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퇴한 문학 비평가 오거스트 브릴은 아내의 죽음 이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그 잠 못 드는 밤을 견디기 위해 머리속에서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종이에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리속에서만 써내려가는 이야기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리고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에게 자신을 죽이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이런 시놉시스를 보고 나는 또다시 이끌려 폴오스터의 책을 사고 만 것이다.
11월 27일 일기를 보면 이 책을 막 읽고 있을 무렵의 느낌이 적혀 있는데 아주 재미있고 지금까지 읽었던 오스터의 책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느낌이 다르다고 적혀 있다.
또한 오거스트 브릴이 손녀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도 써있다.
오거스트 브릴과 오언 브릭간의 유기성이 나타나는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깊이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다 읽고 나서는 무척 아쉽기도 했다.
살아갈 시간보다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은 나이의 한 남자가 , 되돌아본 자신의 인생을 머리속의 이야기로 전개해 나갔는데 나는 오거스트 브릴의 인생에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뭐 그렇다고 쳐도 마음에 드는 구절이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다음번 오스터의 책도 광고 메일의 시놉시스에 이끌려 또 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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