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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Watchmen 2 - 시공 그래픽 노블 ㅣ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한 번 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고, 몇 번 봐야 좋은 작품이 있다. 왓치맨은 후자였다. 좀 오래된 작품이라 그림 때문에 그랬다. 그런데 또 대사 때문에 그랬다. 겨우 겨우 어렵게 세 번을 봤을 때 비로서 왓치맨의 맛이 우러러 나왔다.
왓치맨을 보면서 그래픽노블의 정수라고 왜 칭해지는지 이 작품이 왜 이리도 사랑받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으로 들어가면 영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웅물이 범람하고 있는 미국이니 이런 작품도 나올 수 있는 거겠지. 사실 원작에서 슈퍼파워를 가진 인물은 닥터 맨하탄 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갈고 닦아 영웅이 된 사람들이다. 총을 맞고 죽을 수도 있고, 몰매를 맞고 죽을 수 있으며, 의외의 일로 질식사 할 수도 있다.
왓치맨은 사회가 영웅을 원했다가 영웅을 원하지 않으면서 겪게 되는 딜레마를 멋진 감각으로 풀어낸다. 그 상황에서 영웅들도 한 사람으로서 각자의 삶을 연명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단 한 명만이 자경단으로서 영웅의 의지를 지킨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잠자고 있던 다른 영웅들도 합세하게 된다.
왓치맨은 인간성을 가진 영웅과 인간성을 잃은 영웅의 대결로 함축할 수 있겠다. 여기서 인간성이란게 참으로 모호하다. 어떻게 보면 진리인데, 그게 정의는 아니라는 것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난 작품 상에서 코미디언의 눈물이 상당히 인상에 남았다. 예전 맞수를 찾아가 질질짜는 그의 모습에서 이 작품을 관통하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막후에서 일하며 세상이 우습기만 하던 그도 결국 한찮은 존재라는 사실에 참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패배자인 악당을 찾아가 울 수 밖에 없던 그가 싫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로어셰크를 빼고는 이 작품을 말 할 수 없겠다. 그의 카리스마는 배트맨에 비할만하다. dc에서 이 작품을 이대로 보내기 싫었는지 프리퀼 작품을 내놓는다는 게 썩 마뜩찮지만 로어셰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자체는 환영하고 싶은 마음 뿐이니, 사람은 참 간사하다.
멋진 작품. 멋진 결말. 이 작품은 이 것으로 방점을 확실히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