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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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모든 책은 결국 사랑에 관한 책이라는 걸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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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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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영화적 상상력에 너무 익숙해져 글도 그렇게 쓰는 것 같단 얘기를 들었다. 모든 글이 그런 건 아니지만 ‘잘 읽힌다’는 평을 듣는 소설은 영화적 상상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기도. 참 잘 읽히는 <인센디어리스>도 영화화된다는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화려하고 어두운 미국 도시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하기엔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그렇지. 이 소설은 취미란에 자기파괴라고 적기 가장 좋은 나이인 20대 초중반의 엘리트 대학생들이 결국 누군가를 파괴해버리는 이야기다.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술술 그린 문장을 읽는 맛이 좋다. 신앙심을 잃어버린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신앙심이 생긴 것 때문에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나도 그 모든 것을 다 겪어봤다는 회의론적인 시선, 그러면서도 신을 향한 여자친구의 순수한 열의와 호기심-자신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질투. 생각해보니 그는 끝내 여자친구의 삶을 태워버린 극단주의 종교 교주와 한판 벌이지도 못한 놈이네.

소설은 신앙을 잃고 삶의 원동력이 사라진 유약한 남자친구와 자유 혹은 카오스 그 자체인 여자친구, 사람들을 조종하는 능력만큼은 god인 교주의 시선으로 교차되며 서술된다. 소설의 내용만큼 형식도 좋았다. 극단주의 종교의 파괴력과 20대 초반의 불타는 사랑을 매칭시킨 무서운 아이라인 소유자 작가. 서울에서 태어나 3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작가는 이 소설을 10년 동안 썼다고 한다. 가상의 이야기에 기꺼이 빠져드는 게 취미인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지만 사는 게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읽지 않았으면.

+
신앙을 잃은 자의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한다. 따뜻함을 누리다가 없어졌음을 자각한 순간의 고통, 사실은 그 따뜻함이란 게 있지도 않았다는 무서움을 깨달았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깊고 오래 간다는 걸까. 교회에 다니다가 다니지 않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서로 닮은 점이 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본질적으론 서로 비슷하다. 그런데 신앙을 잃은 고통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떤 것인지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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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 리보위츠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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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고 시니컬한 미국 유머 좋아하는 사람들’만’ 열렬히 사랑할 프랜 리보위츠. 냉소 섞인 유머를 고급 유머라 생각하는 사람들의(나의) 꾸준하고 얕은 애정을 받는 사람. 왜 얕냐면, 이 세상에 깊이 사랑받아야 할 것은 자연 빼고 거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서? 암튼 한껏 이 세상 모든 분야에 대해 수다 떨고 싶을 때, 한껏 시니컬해지고 싶을 때 찾아가고 싶은 사람의 책.

여기저기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은 거라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읽는 느낌. 제일 관심 갔던 챕터는 ‘예술’과 ‘사람’과 ‘공간’ 챕터였다.

최근 회식 때 나도 모르게 “나는 불만 많은 지적인 사람들 얘기 듣는 게 재밌더라”는 망언을 뱉었는데 그게 망언인 이유는 난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오직 책이나 다큐, 영화 속에서만 참고 들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프렌 리보위츠 같은 사람과의 대화가 감당이 안되고 감당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려면 제가 겁나게 똑똑해야 되는데 저는 프렌 리보위츠가 아니니까요! 굳이 따지지면 저는 그녀가 혐오하는 엘에이 사람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요.

무튼 그래서 똑똑이를 지향하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자극적인(좋게든 아니든) 프랜 리보위츠의 말들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
❝위의 내용으로 보다시피 내가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행위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찬성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애완동물은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특히 개. 특히 뉴욕에서는.
요즘엔 상류사회로 쳐주는 모임에서 내가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이런 정보를 듣는 상황에 놓였다. 생각 없는 사람들이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한다고 해도, 맹인과 병적으로 외로워하는 이들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도 동정심이란 게 전혀 없지는 않아 오랜 시간 고민했고, 그 끝에 찾아낸 이 완벽한 방법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외로운 이들이 맹인을 안내하면 된다.❞
(307p)

이런 글이 한바닥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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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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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거상 수상 소식 때문에 읽었다. 이 책을 추리문학으로 읽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이 널려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으며 읽었는데 영국은 추리소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이정도로 넓구나, 추리문학의 담론이 이정도로 다채롭구나만 확인했을 뿐. 이 책의 이 구절, 이 구절들은 과연 추리소설스럽다,라는 말을 굳이 굳이 할 수야 있겠지만 별로 의미가 없어보인다. '이 영화는 오스카 작품상을 받을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닌 것처럼.


문장들이 술술 읽힌다. 그림이 잘 그려지면서, 문학적이다. 서사만 단순히 요약하자면 '재난여행상품 만들러 갔다가 재난 당한 여행사 직원'의 재난물.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연민, 진짜 재난의 의미 등을 말하는 부분들이 작위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윤고은 작가의 책은 처음이고 이 다음에 뭘 읽을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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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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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연 저 여자가 진짜 남자들을 죽인 게 맞을까'라는 미스터리물로 시작해

일본의 꽉 막힌 가치관이 불러온 사회 문제를 건드리고,

나중에는 이 책에서 다 다루기엔 좀 버거운 것 아닌가 싶은 큰 주제의식으로 나아간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좀 인정이 된다. 이 책은 재밌기는 한데 좀 과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한두 가지 주제에만 좀 더 집중했더라면 훨씬 깔끔하게 읽혔을 거다.

하지만 모두 다 미니멀리스트로 살 순 없지 않나. 가끔은 맥시멀리스트가 주는 엄청난 자극이 땡기는 날이 있고 나는 이 두꺼운 책이 진심 잘 되길 바란다.

영화화 하기도 좋은 이야기다. 읽는 내내 <화차>가 생각났다. 뻔하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구조가 아니고 등장인물도 한두 명이 아니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시간대도 꽤 넓다.

영화가 나온다면 <화차>처럼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 이야기를 좀 더 간결하게 압축해서.

누가 빨리 판권을 사달라... 내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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