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 : 내가 사랑하는 빨강 띵 시리즈 8
허윤선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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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빨강 /훠궈

허윤선

세미콜론




띵시리즈 신간. 내가 사랑하는 빨강/훠궈



샤브샤브를 먹을 때, 우린 보통 채소와 고기를 미리 절반정도를 넣고 건져먹는다. 밑에 가라앉은 야채는 흐물흐물해지지만 워낙 푹 끓인 탕을 먹는 한국의 탕 문화 덕분일까? 그 흐물흐물해진 채소도 군말없이 잘 먹는듯 하다. 

이번에 내가 사랑하는 빨강을 읽다보니 내가 그 요리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훠궈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내가 "나도 훠궈!"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이 책은 기자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작가님의 훠궈인생이 담겨져 있는 따끈 매콤한 이야기가 즐겁게 담겨있다. 순식간에 읽어질 만큼 훠궈의 매력에 나도 발을 담그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땐, 훠궈를 몰랐다. 마라탕은 얼마전 남편이 직접 사와서 먹어보고 너무 매운데 이게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서 도저히 못먹겠다고 숟가락을 내려놨었다. 그러다보니 꽤 많이 남아있었고 다음 식사때 다시 도전해봤더니 신기하게도 처음 먹었을 때 보다 술술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 이래서 다들 빠지는건가 싶었다.



마라탕과 훠궈! 모두는 알고 있을까? 난 사실 잘 몰라서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찾아보았다. 마라탕은 야채를 넣고 향신료, 매콤한 양념을 넣어 끓인 짬뽕같은 느낌이라면, 훠궈는 야채와 생선이나 고기를 넣고 먹는 샤브샤브 같다고 할까. 기본 베이스는 같다고하니 이번에 제대로 나도 차이점을 배운다.



훠궈는 여럿이 모여앉아 원하는 채소와 고기, 생선류를 담아와 마라국물에 넣어서 먹는 훠궈만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다.

혼밥문화가 정착하여 1인 훠궈를 내놓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모두 모여 정겹게 같이 먹는 매콤 뜨끈함이 우린 늘 필요하다. 

후다닥 호로록 먹기보다 야채 하나하나 넣어가며 익혀먹는 그 시간동안, 우린 서로를 마주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털어낸다. 

요리는 그런 것 같다. 무엇에 지쳐있을 때 나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그런 고마운 존재. 거기에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열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그 시간. 요즘은 그럴 수 없어서인지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아, 이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렇게 작가님도 훠궈와 사랑에 빠지게 된걸까? 

기자활동을 하면서 원고 마감때만 되면 기쁨과 희열로 가득 찬 새벽에 출출한 배를 달래주기 위해 찾았다는 훠궈식당.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난 후, 내 몸에게 주는 포상이라하면 그래 이정도는 되야지~ 라고 나도 작가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성인이 되어서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난 이후에 찾았던 음식은 별로 없던 것 같다. 있었다면 매일이 더 즐거웠을텐데 라는 생각. 



책에서 나온 작가님은 기자활동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미식가의 면모를 발휘한다. 많은 음식들을 과감히 도전하는 모습.

나는 그런 편은 아니라, 정해진 음식 아닌 것들을 크게 도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은 제법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하다못해 카페에서 늘 마시던 라떼에서 신메뉴를 꼭 먹어본다던가, 기본 맛에서 조금 추가한다는 것도 시도해보니 일상속의 새로운 작은 변화가 즐겁기도 하다. 

중국과 홍콩을 오가며 훠궈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즐거움.  꽤나 매운거 잘 먹는 나여서 훠궈에 입문하는 것쯤은 어려울 게 없었는데, 여태까지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니..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훠선생님.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조만간 훠궈에 달콤한 고구마 빠스와 함께 꼭 먹어보겠습니다. :-)






# 이번만큼은 나의 훠궈 냄비에서 글을 건져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이 부디 알맞게 익은 양상추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것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훠궈도, 글도.    (p.18)



# 나 역시 때때로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이 되면서, 어느 시간이나 깨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들지 않은 사람들이 도로를 달리고, 시장한 속을 음식으로 채운다. 무엇을 하다 온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편의점의 차가운 음식이 아닌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p.33)



# 내게 로맨틱한 식사란 따스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마음의 온기를 나누는 것이다. 자신에게 낯선, 하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하는 음식을 한 번쯤은 함께해주는 것이다.       (p.57)



# 입안에서 뜨거운 빠스를 굴리면서 약간 덜 완성된 발음으로 이렇게 외치게 된다. "역시 워궈는 빠스를 먹어야 완성된다니까!"     (p.77)



# 훠궈를 먹을 때면 종종 이 [단추로 끓인 수프]를 생각한다. 훠궈의 백탕은 닭이든 사골이든 고깃국물로 내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래도 막 나온 백탕은 밍밍하고 그다지 맛이 없다. 하지만 탕이 끓기 시작하면 온갖 재료가 투입된다. 마을 사람들이 한 덩이씩 가져온 재료 대신에 나와 친구들은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재료를 외치면 된다. "배추를 많이 넣자!" "다들 모르고 있지만 다시마야말로 별미다." "목이버섯은 필수다!" "이런 사파들! 양고기가 없으면 훠거가 아니야!"     (p.141)



#나는 훠궈의 온도가 좋다. 데일 듯 뜨거운 음식이라서, 늘 끓고 있는 음식이라서 좋다. 아무리 천천히 먹어도 식지 않는다. 그 뜨거움이 나의 추위를 녹인다. 피부에 닿는 차가움도, 왠지 모를 마음의 시림도 그 온기 앞에서는 다 사라지는 것 같다. 마음이 추울 때 찬 음식만큼 서러운 것은 없다. 그렇게 해서 나는 혼자든 여럿이든 훠궈를 끓일 때면 조금 따스해진다. 따스해진다는 것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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