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의 절대영역 1 - NT Novel
타카야마 세이이치 지음, 하성호 옮김, 고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나와 그녀의 절대영역' - 타카야마 세이이치




  





1) 미리보기


 "내가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첫눈에 반한 까만 머리 소녀ㅡ 칸다 아스카 선배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불행을 알리는 마녀'라며 전교생이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자기가 악몽을 꾸기만 하면 100퍼센트 현실화되고 만다는 선배의 고민을 알게 된 나는 사촌이자 학생회장인 사야 누나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배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행동계시!


 하지만 갖가지 우연이 이를 가로막는데... 나와 선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2) 작품 소개


 - '나와 그녀의 절대영역'은  'SF 소재를 잘 살린, 청춘 열혈 학원러브코미디' 입니다.


 사실 처음 책 뒷편의 미리보기 설명을 봤을때는 '흔하디 흔한 러브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재는 단순히 러브코미디를 받쳐주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어디까지나 핵심은 캐릭터들 간의 만담이나 밀당에 수렴되는 그런 '흔한 작품'...

 그런 작품들에 질린 나머지 넉다운된 상태였기 때문에 직감과 미리보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은 구입을 단념했던 작품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 읽고 나서 "상당히 잘 쓰여진 작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권은 사비로 살 예정입니다.




 - 소재(설정)


 이 작품은 SF 소재를 바탕으로 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작품의 핵심 소재인 '미래 예지'를 양자론과 확률론, 기타 잡다한 이론들로 설명한 후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이를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Boy meet Girl 스토리로 승화시켰다는 거죠.

 단순한 '미래 예지'라는 판타지에서 그치지 않고 거기에 그럴 듯한 이론과 가설을 더함으로써 설정의 배경을 탄탄하게 했다는 점은 제가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괜히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깊게 평가하지 않겠습니다.


 기초적인 양자이론이나 확률론 기타 잡다한 이론들이 등장합니다만 지금까지 언급한 양자론과 확률론의 이름만 해도 어떤 분들은 손대기 싫어지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읽기 전부터 피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까도 썼지만 이 책은 정말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 이유도 제대로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분명 이 작품은 실존하는 여러 이론과 가설을 바탕으로 작가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미래 예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러다보니 불가피하게 그에 대한 이론이나 가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철저하게 일선을 그어놓고 너무 심각하거나 고도의 배경지식을 요하는 수준까지는 파고들지 않는 센스도 보여줍니다. 수식이나 계산은 과감하게 떼어버리고 '말로 풀어서 간단하게 설명한 후 스토리 전개에 꼭 필요한 정도만큼의 지식을 제공하는 선에서 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중에 나오는 이론에 대해 잘 모른다 하더라도 말로 풀어서 들으면 '그런 것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가가 미리 다 안배를 해두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읽기 전부터 머리를 쥐어쌀 필요가 없다는 뜻이죠. 오히려 조금만 관심 가지고 읽다보면 그런 내용을 처음 접했다고 하더라도 플롯 이해에 필요한 만큼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맺고 끊는 것이 잘 되어있죠. 어차피 공상 과학의 영역입니다. 고도의 지식은 이 작품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말로 간단하게 풀어놓은 것을 읽고 스토리 진행에 쫓아갈 정도면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SF를 스토리에 잘 가미시킨 부분에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만 그랬다간 골치아파질 수도 있으니 자제하겠습니다. 다른 장점이 더 많으니까요.




 - 캐릭터


1. 처음 이 책을 펼치고 몇장을 읽었을 때 저는 고백하건데 잠시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남주인공이 너무나도 열혈 청춘 러브코미디의 표상과도 같은 가벼운 분위기의 소년이었기 때문이죠. 시작과 동시에 고백부터 하는 것도 선입견 형성에 한몫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간 읽다보니 그게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밝혀졌습니다. 이 소년은 원래부터 '언제나 쾌활하고 쓸데없는 고민따위 하는 일 없이 열정적으로 행동을 밀고 나가는 직감이 좋은 캐릭터' 였던 겁니다. 단순한 중2병 열혈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거죠. 주인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물론 연애에 대한 눈치는 좀 없습니다만.. 이건 뭐 러브코미디의 정석이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대부분은(연애 문제 빼고) 제대로 파악하면서 그것을 알면서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책없이 일단 뛰어들어 상황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고백하고, 이 사람이 웃으면 좋으니까 그것을 위해 행동하고, 이 사람이 위험에 처해있으니 필사적으로 헤쳐나가려 노력하는' 그런 순수한 열혈입니다. 보다보면 이런 애가 실제로 있다면 정말 친구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꼬꼬마입니다. (작중 묘사가 그렇습니다. 꼬꼬마 아니면 꼬맹이였었죠.)


 보면 열혈도 어이없고 나까지 답답해지는 막무가내식 열혈과 경쾌하고 유쾌하고 산뜻한 열혈이 있는데 이 남주인공은 후자입니다.

 '아주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경쾌한 열혈 캐릭터' 였다는 겁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파이아!!'를 외쳐대는 덮고 땀내나는 그런 '열혈 바보'가 아니라 '순수하고 기분 좋은 가벼움을 지닌 열혈' 입니다. 이 차이는 중요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마치 봄 햇살을 보는 듯한 기분 좋고 경쾌한 열혈 캐릭터를 잘 그려냈다는 겁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소년입니다.



2. 여주인공 또한 착하고, 잘 웃고, 순수한 동시에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이상적인 미소녀입니다.


 미소녀는 흔하디 흔하지만 정말 착하고 마음씨 고운 미소녀는 언제 봐도 미소를 띄게 하죠.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귀엽고 아리따운 캐릭터입니다. 물론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곤란해하고 있고 남주인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비교적 흔한 플롯으로 이어지긴 합니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착하고 아름답고 배려심 깊은 미소녀,

 모성애를 연상시키는 자애로움과 그 나이 또래의 소녀다운 풋풋함을 겸비한 미소녀란 언제 봐도 사랑스럽습니다. (웃음)



3. 또한 남주인공의 '장점'을 제대로 보고, 풋풋한 짝사랑을 품고 있는 소꿉친구 겸 사촌누나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무슨 폭력녀니 하는 소리가 들리던데 그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담긴 핵펀치라면 몇대인들 못 맞아주겠어요. 중요한 점은 별 이유도 없이 남주인공에게 빠진 그런 흔한 여주인공들이나 열혈 바보 남주인공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남주인공의 장점과 성격을 부각시켜, 여주인공들이 남주인공에게 반한 상황에 충분한 개연성과 당위성을 부여한 것과 대책없는 러브코미디에서 탈피해 기분좋은 Boy meet Girl 스토리를 그려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러브코미디랍시고 미소녀만 등장한다고 다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러브코미디를 그리려면 이 정도가 적절하죠.



4. 덤으로 주인공의 친구격인 캐릭터나, 엑스트라, 악역 등등 여러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각기 자신의 소임에 충실하고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남기지 않았던 좋은 캐릭터들이라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뒷맛이 이렇게 정갈한 러브코미디도 별로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만담도 상당히 코믹해서 읽으면서 몇번이고 침대위를 굴러다녔습니다. 읽다가 킥킥거리다가 다시 읽고 분위기 조절에 작가분이 정말 능숙하신게 아주 마음에 드네요. (다음 권은 살 수 밖에 없다)




 - 플롯(스토리)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스토리 라인이 단순하다는 점일까요.

 SF 소재를 이용해서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과 이를 구원하는 남주인공을 그린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여러 이론과 가설이 작용하여 설정에 개연성을 더하는 부분이 특대 장점이니 어느정도 단순한, 바꿔 말하면 정석적인 스토리 라인을 그린 것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단점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석적이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안정적이라는 뜻도 되니까요. 여기에 웃음을 유발하는 콩트와 흥미로운 설정,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더해지니 짜잔! 한번 구입해서 읽어보기에 충분한 수작(秀作)이 탄생하게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시공간의 이동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슈타게의 답습은 아닙니다. (아직 소설을 읽지 못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타임 리프 관련된 플롯이죠?) 오히려 자칫 무겁게 느껴지기 쉬운 소재를 절묘한 조절을 통해 센스 있게 가볍게 조율한 작가의 역량이 감탄스럽네요. 읽는 입장에서는 쉬워보이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이렇게 조율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 일러스트


 사실 저는 본래 일러스트에 크게 비중을 두지는 않습니다. 일러스트란 어디까지나 작품에 고유의 색깔을 입혀줄 수 있으며 어느정도 수준만 되면 충분하다는 게 제 견해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보는 눈이 없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굳이 평가하지 않을 뿐이죠.


 이 작품의 일러스트는 표지 일러스트가 흑백 일러스트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흑백 일러스트가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표지의 그 부드러움이 속지 일러스트에는 좀 덜할 뿐입니다. 충분히 잘 그려지고 단아한 맛이 있는 일러라고 봅니다. 오히려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몸짓이 제대로 살아있는 흑백 일러스트가 표지 일러스트보다도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네요.


... 네 거짓말입니다. 흑백 일러스트가 마음에 쏙 들었다는 건 물론 사실입니다만 표지의 그 컬러 일러스트.. 절대영역이 제대로 묘사된 컬러풀 일러스트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니삭스와 치마 사이로 보이는 허벅지 = 절대영역' 누가 만든 말인지, 하여튼 일본 오타쿠들이란 경의를 표해 마땅한 존재입니다.


 특히나 일러스트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대목에는 어김없이 일러스트가 절묘하게 존재했습니다. 별 의미없는 장면에 들어있는 일러스트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절묘한 상황에 작중 묘사와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가 들어있다는 것은 읽는 입장에서는 큰 즐거움이죠.


 마음 같아선 폰카로 몇장 찍어서 올리고 싶습니다만 저작권에 저촉되기 때문에.. 묘사는 이만 하겠습니다.

 그냥 전 좋았습니다. 다 좋았어요. 특히 절대영역이 좋았습니다. 아니 농담입니다. 사실 농담 아닙니다. (간만의 장문 작성에 혼란 중..)




3) 작성 후기


 나와 그녀의 절대영역. 정말 잘 지은 제목 같습니다. '절대영역'과 '슈퍼 포지션'을 이용한 말장난 같은데 절묘하더군요.


 아무튼 이로서 간만의 첫 리뷰는 끝났습니다. (혼자서 조촐한 박수를.. 짝짝짝)


 ... 사실 저는 칭찬하는데 익숙한 사람이 아닙니다. 속으로는 감탄을 해도 그게 추상적인 개념으로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이지 그걸 말로 정리하는데에는 어려움을 겪곤 하죠. 비판하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정작 칭찬을 하고 싶어도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가끔가다 가벼운 자기혐오를 느낄때가 있습니다. 분명 칭찬하고 싶은데 그것 하나 제대로 못하다니..ㅠ


 전 이 책을 웃길 때는 정말 웃기고, 산뜻할때는 정말 산뜻하고, 클라이막스에서는 가볍게 짜릿함도 느끼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은데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본래 감상은 넣지 않으려고 했지만 '정말 좋다고 느껴서 나오는 좋은 감상'은 굳이 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편집 안하고 넣어보았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쓴 글이라 참.. 생각해둔 것 중에 분명히 빠뜨린게 좀 있을 겁니다. 나중에 떠올리고 '아 그거 안썼네' 하겠죠. 귀차니즘에 마음을 점령당하지 않는다면 그때 또 수정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추천작' 입니다. 1권에서 소재를 상당히 써먹었기 때문에 2권이 어떻게 될지 가벼운 불안감이 있습니다만 그 불안감은 기대감과 상통하는 감각이기도 하죠. 2권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4) 편의를 위한 감상평 간단 정리


 - 장르는 SF, 청춘, 학원, 로맨스(러브코미디 사양)


 - 종합 별점은 ★★★★★★☆ 6개. (읽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은 된다. 한번 읽어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


 - 주요 평가 요소는 SF 소재, 캐릭터 설정, 플롯, 일러스트 등.


 - SF가 가미된 학원 청춘 러브코미디로 코믹한 만담과 아리따운 여주인공들을 갖추어 기존 트렌드에 거스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칫 난해할 수 있는 SF 설정을 가능한한 간소화하여, 용이하게 스토리 이해가 가능하도록 안배해둔 점이 돋보인다.

  캐릭터의 설정 또한 적절하여 위화감이 적으며, 일러스트도 상당해 작품에 (캐릭터에) 고유의 색을 잘 입혀주고 있다.

   다각도에서 봤을때 한번쯤 읽어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이야기 자체의 분위기가 그리 무겁지 않도록 짜여져 있어 무게감 있는 소설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분위기 조절을 잘한 것 같다고 판단된다.




 - 2012년 5월 19일 오후 2시30분 ~ 오후 4시30분 작성

 -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 간단 정리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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