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 1 - 2020 가온빛 추천그림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29
마리 칸스타 욘센 지음, 손화수 옮김 / 책빛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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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한글을 배울 수 있는 통로이자, 아이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하는 경험의 창이 되어준다. 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그림책목록을 적어두고 구입하는데, 얼마 전 수와 친해질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재기발랄한 이야기 속에 숨은 수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가득한 그림책이라니. 매력이 넘친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안나는 여름방학을 맞았다. 친구들은 저마다 할아버지 집에 놀러가고, 동물원에 가고, 세상에서 가장 큰 장난감 가게에 갈 거라고 자랑이다. 그런데 안나 할머니는 집에서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그림 그리고 팬케이크를 해먹으며 보낼 거라는 말에 안나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할머니와 집으로 가는 기에 만난 토끼 인형! 안나는 이 토끼 인형이 너무너무 갖고 싶다. 그런 안나에게 할머니는 솔깃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휴가를 떠난 동네 사람들의 빈집을 돌봐주는 걸 돕는다면 한 집당 10크로네를 주겠다는 것이다. 토끼 인형이 50크로네이니, 다섯 집이면 토끼 인형을 살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빈집 돌보기 아르바이트. 안나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첫번째 집에는 뱀이 1마리 있었다. 주인이 이미 쥐 1마리를 먹이로 주고갔으니 가끔 살아 움직이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두번째 집에는 토끼 2마리가 있었다. 토끼에게는 하루에 2번, 당근 2개를 먹이로 줘야 하고, 또 사랑도 듬뿍 줄 것.
세번째 집에는 앵무새 3마리가 있었다. 앵무새는 하루에 3번 물을 주고, 하루에 3번 밥을 줘야 한다. 그리고 3마리 모두 새장에 있는지 늘 확인할 것.
네번째 집에 있는 화분에는 토마토가 4개 열렸다. 당연히 토마토는 따먹으면 안되겠지. 그리고 정성을 다해 토마토 화분을 키우기.
다섯번째 집에는 물고기가 5마리 있었다. 물고기는 하루에 5번 먹이를 줘야 한다.

이렇게 다섯 집의 뱀과 토끼와 앵무새와 토마토와 물고기를 돌보게 된 안나. 아침 일찍부터 다섯 집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안나는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기는 할머니가 조금 부러워졌다. 아르바이트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안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돌보아야 할 아이들을 한집에 모두 모아두고 한 번에 일을 해치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엉망이 된 집을 보아하니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과연 안나는 무사히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토끼 인형을 살 수 있을까?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중인 작가 마리 칸스타 욘센은 토끼를 좋아하나보다. 전작 『안녕』에서처럼 『3 2 1』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사실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님에도 꼬마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토끼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친구가 되어주기에 더없이 좋은 대상이 아닐까 싶다. 다섯 집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수는 이야기 속에서 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두번째 집의 모든 사물이 두 개씩 짝지어 있는 것처럼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변화무쌍한 이미지로, 때로는 숨어있는 숫자로 등장하며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당긴다. 그렇다고 해서 『3 2 1』이 단순히 수를 배우는 그림책은 아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 또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안나를 통해 간접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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