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요나가 궁금해하는 것은 항상 생략되어 있었다. 돌에서 떨어진 돌들, 손질한 생선에서 떨어져 나간 비늘들, 도려낸 감자 싹이나 피 묻은 탄환, 그런 것들의 현재.

"계란을 한 면만 익힐지, 양면 다 익힐지에 대한 고민이라니. 아, 이건 정말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이런 고민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어요. 평소엔 뭐, 계란이 어디가 어떻게 익는지 알 게 뭔가요, 타지 않으면 그걸로 다행이지. 안 그렇습니까?"

"「사일런트 힐」이란 영화가 거길 다루지 않았나요? 저도 거기가 궁금했는데 지하의 석탄이 다 연소되려면 한 250년은 더 걸릴 거라고 하니, 아직 그곳에 갈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아요."


재난 여행을 떠남으로써 사람들이 느끼는 반응은 크게 ‘충격 → 동정과 연민 혹은 불편함 → 내 삶에 대한 감사 → 책임감과 교훈 혹은 이 상황에서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우월감’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단계까지 마음이 움직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 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폴을 실망시킬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하인리히 법칙을 믿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의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작고 작은 수백 가지 징조가 미리 보인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재난의 발생에 주목한 것일 뿐, 재난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규칙이 있을 리 없다. 재난은 그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어느 날 발밑이 갑자기 폭삭 무너지는 것처럼 우연이라기엔 억울하고 운명이라기엔 서글픈, 그런 일. 그런데 그런 일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예술가에게 불안은 신발 같은 거니까요. 어딜 가든 걸으려면 신발이 필요하죠."

하늘은 손끝으로 잘 긁어 대면 한 꺼풀이 벗겨져 그 뒤로 똑같은 형태의 하늘이 나올 것처럼 보였다. 떨어 내야 할 시점에서, 무이는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매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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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수많은 악당들을 별일 없이 살아남게 내버려두는 반면 착하고 심약한 사람들을 골라 일찍 저 세상으로 데려가는 악질적인 변태가 분명했다.?

앙티브의 <에덴록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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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2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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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 때, 나는 종종 내 노동력을 파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아첨하는 기색 하나 없이 당신을 칭찬한다. 당신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건 당신이 아주 오랜만에 듣는 당신에 대한 칭찬이기 때문이다. 원래 피부가 이렇게 좋으세요? 연예인보다 더 모공이 쫀쫀하신 것 같아요. 손 모델 하셔도 되겠어요. 손가락도 이쁘시고 네일 바디가 잘 잡혀 있어서. 피부과나 네일 숍에서 듣는 칭찬과 달리 방금 들은 칭찬은 당신의 몸이 아니라 당신이 실제로 해낸 일에 대한 것이다.

너는 그걸 왜 못해. 아우, 나는 못하겠더라. 내가 뭐 좀 누르려고 하는데 화면이 그냥 사라지더라고. 짜증이 나서. 네가 엉뚱한 거 눌렀나보지. 그거 안 배우면 늙는 거야. 이미 늙었어. 늙는 게 뭐 어때서. 그거 못하면 햄버거 가게 가서 주문도 못한다 너. 우리 딸이 맨날 나한테 햄버거 먹지 말라고 그러더라. 그래서 안 먹어? 아니, 먹지. 딸이 못 먹게 해서, 이렇게 밖에 나오면 더 먹지. 콜라도 먹고. 먹지 말라는 게 제일 맛있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 전체를 사랑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이렇게 돼주었으면 하는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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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심상한 몸짓에서 위태로움과 쾌감이 심지에 도달한 불꽃처럼 터져 나오고, 천 년을 살았어도 깊게 느껴본 적 없던 격정의 포말이 미아를 덮쳐온다.

사람의 삶은 신이 머금은 한 번의 거대한 냉소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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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람들이 사랑이 많죠. 거의 심장을 내놓고 다니는 수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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