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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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에 항상 오르는 작가의 이름을 말하라면 망설이지 않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믿고 읽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30년 전에 그가 집필한 단편집을 한 권에 담은 이번 개정판은 그의 탄탄한 스토리 구성력을 보여 준다. 단편의 특성상 짧은 글 속에서 사건의 발생과 해결의 과정이 잘 묘사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수록되어 있는 7편을 읽으면서 ‘탄탄한 스토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편 소설이다 보니 제한적인 등장인물과 범인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들을 보면 매 장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마지막은 모든 장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를 만든다. 적어도 내가 읽은 #나미야잡화점의기적 과 #연애의행방 에서는 그랬다. 그게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추리소설을 이끌어가는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만의 반전 스토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긴장감과 재미, 궁금증을 한가득 안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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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

초반에는 범인을 예측할 수 없었다. 누가? 왜? 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소설을 읽어나갔다.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동급생의 의문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나의 내면 속에도 어쩌면 자리하고 있을 그런 악의 평범성이 녹아 있는 소설이었다.


🔖 어둠 속의 두 사람

첫 시작부터 묘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읽어나갔다. 영아살해라는 충격적인 주제를 다룬 이야기이다. 남동생의 죽음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형의 모습이 어딘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가득 품은 채 읽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쯤 나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짧은 소설에 이런 극적인 전개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 춤추는 아이

항상 학교에서 춤추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다. 바로 전 편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랬는지 한 학생의 풋풋한 짝사랑의 감정을 담은 이야기라서 그랬는지 초반에 매우 따뜻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 편에서도 반전은 존재했다. 충격적인 반전이 아니라 너무도 가슴 아픈, 가슴 시린 반전이었다. 수록되어 있는 7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깊숙이 남는 이야기다.


🔖 끝없는 밤

범인이 너무도 잘 추리가 되는 편이었다. 등장인물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편에서의 의문점은 누가? 가 아니라 왜? 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왜 사건이 벌어졌는지가 중심인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편안히 내용을 읽을 수 있는 편이었다.


🔖 하얀 흉기

초반을 되게 아리송하게 시작한다. 마치 범인에게 또 다른 조력자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회사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를 쫓는 내용이었다. 우리 주변에도 항상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내면에 잠재된 악을 끌어올려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겠구나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범인의 분노가 이해되지만 결과가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긋바이, 코치

비디오에 자신이 자살하는 과정을 담은 한 양궁선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왜 그녀가 자살을 하게 된 건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봤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끝에도 반전은 존재했다. 자살인 듯 타살을 말하는 전개에 매우 놀랐다.


🔖 범인 없는 살인의 밤

가장 마지막 편으로 수록된 이 소설은 2번을 읽었다. 한 번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다. 누가 범인인가? 왜 그랬는가? 모든 것이 소설을 다 읽을 때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단편보다 단연 등장인물도 많았고, 경찰 조사를 받는 현재와 사건 당일의 과거를 번갈아가면서 묘사하는 것은 날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두 번째에 천천히 다시 읽고 나서야 어느 정도의 내용이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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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만의 상상력과 추리력이 단연 돋보이는 단편 소설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30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현대적이고 추리의 재미를 선사한다. 역시 추리 소설은 히가시 게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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