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아리(임현경) 지음 / 북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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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는 나를 찾아대는 아이도, 말을 거는 남편도 없었다. 오롯이 나는 혼자였다. 나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자 내 삶의 가능성을 염탐하는 자리에서 나는 뿌듯한 안정감을 느끼며 한없이 마음이차분해졌다. - P81

나는 결승선까지의 시간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다시트랙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얼굴을 찡그리고 땀흘리고 싶지 않았다. 그저 돗자리에 앉아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그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려고만 했던 내가 가여웠다. 나는 달리지 않으나 너희는 달리라고가족의 등을 떠밀 필요도 없었다. 우리가 손잡고 가야 할 곳은결승선이 아니라 돗자리였다. 결승선은 달리고 달려도 멀어지기만 할 테니까. 결승선이 안 보여도 돗자리에 앉으면 풀이 보이고 꽃이 보일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웃는 것으로 충분하다. 삶은 소풍이라고 읊었던 시인도 있지 않았던가? - P88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맑은 가난이 그 집에 구름처럼 둥실거렸다. 풍부하게 소유하지 말고 풍성하게존재하라는 스님의 말씀대로, 그렇게 살고 싶었다. 바람처럼와서 구름처럼 가볍게 떠 있다가 때가 되면 또 미련 없이 떠나고 싶었다. - P132

있는 그대로, 네가 되어라.

Be gentle. (친절하라.)
Be wise. (지혜로워라.)
Be true. (진실하라.)
And be you. (그리고 네가 되어라. )
Namaste. (나마스테.) - P183

시인의 말대로 대부분의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귀에서 죽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할머니의 말은 아무래도 낫지 않는 상처가 되었고,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는 오래도록 고름이 흘러내렸다. - P186

어쩌면 그동안 나는 그가 나와 결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나와는완전히 다른 타인의 모습도 인정하고 수용하며 함께 살아가는법을 터득하는 것이 내가 우붓에서 배워야 할 마지막 인생 수업이었던 걸까? 아이는 잠들고 그는 아직 일터에서 돌아오지않은 밤,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책을 읽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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