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옆에 끼고 일본으로 갔던 홍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남자 준고와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한국에 그녀만을 오랫동안 바라봤던 남자를 둔 채로.
집안의 반대, 주변의 시선 이런 것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에겐 준고만 보였으니까.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끝이 왔고, 그 끝은 오해인지 정말 유통 기한의 끝인지 모를 애매한 상황에서 끝나버린다. 여기서 홍이 준고에게 울분을 내뿜으며 하는 말들이 참 와닿았다.
그저 사랑이 끝난 건데 그 속에 온갖 역사의식을 갖다 붙인다. 결국엔 '너희 일본 사람들은...'이라며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고 한국에 온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끝이 아니었나 보다.. 다만 상황이 그녀를 한국으로 밀었을 뿐.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홍이는 비창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한다. 슬픈 귀는 활짝 열려 그녀를 온통 잠식한다. 떠나도 잊지 못할 줄 알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건 예상 못 했다.
그녀를 십오 년간 바라본 결혼하기엔 정말 최고의 신랑감인 민준이 있다. 그녀를 사랑해주고 믿음직하고 안정되며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
홍이 엄마는 말한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머리로는 알 것 같지만 결국엔 홍이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지옥으로 들어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택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말한다. 자신이 지금껏 썼던 소설 중 유일한 해피엔딩이라고. 그렇다는 건 지옥 일지 연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곳이 천국인 걸까.
그렇다면 지금의 내 삶도 천국인 듯;;;;
'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
-p229
'사랑'이란 주제를 쓰기에 작가만큼 적합한 사람이 또 있을까?
사랑에 여러 번 실패했고 아파했음에도 또다시 사랑할줄 아는 열정을 가진 사람. 그런 작가가 쓴 이 책이 참 와닿았다. 옮겨 적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을 정도로 심장을 두드리는 이 책을 왜 이제야 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