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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 70여 년 동안 이어진 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왜 끝나지 않는가
김재명 지음 / 미지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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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성경을 읽어왔기 때문에, 유대인에게는 막연한 호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호감도는 모조리 박살나다 못해 지하를 뚫고 나가버렸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거주 구역에 백린탄을 퍼붓는 것을 보며 손뼉을 치고 환호를 하는 사진과 영상은 자주 봤으니까. 그러나 이 책에 나온 실상은 그보다 더 끔찍했다.

이스라엘은 단지 폭격을 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폭격과 불도저로 집을 부수고, 농작물들을 뽑아버리고, 직업을 구하지 못하게 하고, 물 공급을 막고, 심지어 UN과 평화 단체의 구호품까지 공급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것은 이미 땅을 사이에 둔 전쟁이 아니라, 한 민족을 말살하려는 끔찍한 음모다. 아니, 음모라고 할 수도 없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를 이 땅에서 지워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도 않는다. 지금의 이스라엘이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던 히틀러와 무엇이 다른가?

사실 내가 쓴 내용은 빙산의 일각일뿐이다. 이 책 속에는 믿어지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될, 이스라엘의 끔찍한 행위가 끝없이 서술되어 있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전역을 여행하고, 여러 지도자들을 직접 만난 경험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비참함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슬픈건, 팔레스타인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평화운동가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목숨을 걸지만, 유대인 로비를 무시할 수 없는 미국 정치권은 놀라울 정도로 이스라엘의 편이다. 그리고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다른 나라들, 심지어 아랍 국가들까지 팔레스타인을 돕는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한, 팔레스타인에는 미래가 없다.

+) 역시 이번에도 원흉은 잉글랜드.

++) 가장 놀랬던 사실은 심지어 이스라엘에 사는 대부분의 유대인이 로마에 의해 디아스포라를 당했던, 원래 유대 왕국에 살았던 그 유대인들의 후손이 아니라는 점이다. 8세기, 터키계 카자르 왕국이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유대교를 국가로 받아들였고, 지금 이스라엘에 사는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그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즉, 신으로부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 받은 민족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이들이다. 국가적으로 부동산 사기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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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룸
하야미네 가오루 지음, 이연승 옮김 / 모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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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나쁜 평을 무시하지 맙시다ㅠㅠ 소재가 너무 내 취향이라 읽었는데...

추리 소설에서 가끔 SF? 판타지?스러운 반전을 내는게 싫다. 진짜 너무 싫다. 나는 추리 소설을 읽고 있으니까 그런 식의 반전에 각오도, 마음의 준비도 안되어 있다고. 그건 반전이 아니라, 그냥 뒷통수를 치는거고 장르 사기를 치는거다. 그런 반전을 내느니 차라리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게 낫다고 생각한다.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중후반부에 급격하게 무너진다 싶더니, 추리소설이나 사이코패스 스릴러라는 제 장르는 잃어버리고, 과학적이지 않은 정신 의학과 약간의 SF로 튀어버린다. 설마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거야, 라고 끝까지 믿어 보았지만...ㅎㅎ 반전이 너무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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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사 강의 (리커버 에디션) -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박노자 지음 / 나무연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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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서 이 책이 인용된 것을 보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러시아 혁명이라고는 레닌이나 스탈린밖에 몰랐다고 할까.

어쨌든, 혁명. 그 얼마나 피가 끓는 단어인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혁명의 순간도 중요하지만 그 혁명을 수성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혁명가였지만 혁명 국가를 이끌만큼 오래 살지 못했고, 그 뒤를 이은 스탈린은 글쎄. 그는 혁명가라기보다는 야심가이자 독재자였고, 결정적으로 권력을 위해서라면 끝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수장이 된 나라의 운명이야 뻔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스탈린이 혁명가였다면, 소련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것도 글쎄. 러시아 혁명 이후를 살펴보면서, 이 세상에 사회주의 국가, 공산주의 국가는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만 명확해졌다. 그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표방한 '독재 국가'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온건함의 차이만 있을뿐. 인간이 완전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정치 체제인데,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완전하다면 그런 체제가 필요없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역사 속에서 한 번은 등장했을 테지만,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러시아 혁명뿐만 아니라 각국의 공산당이 어떻게 성립하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상세히 알려줘 흥미로웠다. 다만 작가 본인이 러시아 출신이라 그런지, 러시아 혁명과 소련에 꽤 관대하다. 편협과 편파까지는 아니지만, 편애 정도는 한다고나 할까. 물론 내 기준에서 스탈린과 스탈린의 소련은 편애조차 할 대상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인물은 트로츠키였다. 잘 몰랐던 인물이라 그렇기도 했지만, 아웃사이더와 비주류와 비극적인 혁명가라는건 언제나 환상을 갖게 하거든. 저 사람이 그렇게 죽지 않고 자신의 혁명을 완수했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환상. 아니, 환상보다는 미련이 맞지 않을까.

그렇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사회주의 혁명의 끝은 결국 독재와 피흘림일뿐... 트로츠키도 별 다르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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