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전사의 탄생 -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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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이 중동 때문에 겪은 그 모든 일은 결국 그들 자신이 불러온 재앙이었다.

우선 미국은 중동에서 종교가 갖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현지 사정에 정통한 실무진들을 무시했다가 마오쩌둥에게 중국 대륙 전체를 헌납했던 일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모양이다.

미국이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우지 못한 부면은 또 있다. 프랑스의 식민 전쟁을 이어 받는 그 비도덕적인 선택으로 끝내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에게 패퇴하고 도망간 불명예를 안고도, 그들은 이라크 전쟁이라는 비도덕적인 전쟁을 또다시 일으켰고 늪에 빠져버렸다. 그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야 9/11 테러라는 이유라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이라크 전쟁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네오콘들의 도덕성의 결여와 시대 착오적 외교관으로 인한 최악의 참사였다. 그들은 그저 후세인을 끌어내리고 싶어서 명분도 없는 전쟁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이라크 사람들의 일상은 파탄 나고 자국 젊은이들이 낯선 땅에서 죽어갔으며 결국 이슬람주의가 득세하여 IS가 탄생하게 했다. 진짜 끔찍한 인간들이다.

어쨌든 되게 글을 잘 쓰신다. 정말 술술 잘 읽힌다. 중동의 현대사와 현재 정세를 이해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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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찬가 비꽃 세계 고전문학 10
조지 오웰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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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페인 내전에 관한 조지 오웰의 역작으로, 흔히 르포 문학의 3대 걸작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의 전반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전선에서 싸운 내용도 물론 나오지만 그보다는 공화국 정부를 장악한 공산당이 혁명을 억압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바르셀로나 시가전'과 그 이후에 일어난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도 공산당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마르크스와 레닌을 걸쳐 정작 세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산당이라는 것은 정말로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 중앙 집권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본주의 정부와 결탁해 소련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자본주의와 계급주의를 지지하는 공산당이라니... 그것을 정말로 공산당이라고 불러도 될 것인가? 소련 내부의 공산주의도 가짜고, 중국의 공산주의도 가짜지만, 오직 소련을 위해 존재하는 스페인의 공산주의처럼 우스운 것도 없었다.

앤터니 비버가 쓴 <스페인 내전>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반파시스트 진영에 카리스마적인 인물이 있었다면, 어쩌면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카리스마적인 인물이라면, 또 다른 프랑코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어떤 독재자는 한 때 혁명가이기도 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반파시스트 진영에는 그런 인물이 부재했고, 내부에 공산당까지 존재했으니, 프랑코에게 질 수밖에 없었던 전쟁인 것 같다.
그리고 새삼 느끼지만, 스탈린은 정말 그 시대의 시진핑이었구나. 끼어 들어서 망치지 않은 곳이 없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벨기에 사람, 콥.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호의로,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싸웠으나, 그저 공산당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개죽음을 당한 외국인들이 있었다. 글래스고 대학 출신인 보브 스마일리가 그 중 하나였고, 콥도 나중에는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살고 싶어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그저 자유를 위해 전선에서 싸우다가 죽는 것뿐이었다. 그저 그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더러운 감옥에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파시스트의 총에 맞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대신에.

<카탈루냐 찬가>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영국 전체가 깊고 깊은 잠에 빠져, 폭탄이 시끌벅적하게 터져서 화들짝 놀라기 전에는 누구도 깊은 잠에서 안 깨어날까 두렵다."
영국은 결국 깨어나지 않았다, 그들이 간과한 파시스트들이 폴란드를 침공해 화들짝 놀라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그 폭탄은 영국을 비롯한 패권 국가들이 드러낸 일그러진 양심의 결과였다. 그 일그러진 양심으로 그들은 스페인의 공화 정부를 외면하고, 프랑코라는 파시스트가 한 나라를 장악하는 것을 눈 감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라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죄없는 시민들과 젊은이들이 떠안는게 문제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지 오웰.
20대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감정이 없는 사람이고, 40대가 되어서도 사회주의자면 두뇌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조지 오웰은 그의 나이가 어떻든 순수한 이상주의자였고, 그래서 목숨을 걸고 사회의 불평등에 맞서, 그리고 인간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다. 그래, 그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며 눈을 감는 똑똑한 사람보다는 이상을 위해 싸우는 멍청한 사람이 더 좋다. 나도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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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중국혁명사 1911-1949 - 국민혁명에서 모택동혁명까지
나창주 지음 / 들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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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세 명의 남자를 알면 중국 근대 혁명사에 대해서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세 명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1. 쑨원: 의외로 실패와 실패를 거듭하는 삶을 살았다고 할까. 신해혁명조차 본인이 시작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스스로 마무리 지은 것도 아니다. 추진력이 파괴적으로 형편없고, 군사적 안목은 0에 수렴한다. 러시아의 공산주의자, 보로딘의 말처럼 정치적으로는 시골 관리 수준밖에 되지 않는듯. 혁명의 시대에 살았으나, 혁명가라기보다는 사상가에 가깝다. 물론 그의 사상만큼은 그의 정치 인생의 몇 배로 힘이 있었으나, 글쎄. 그의 사후, 장제스의 정권에서도, 공산 정권에서도 그의 사상은 펼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2. 장제스: 여기서부터는 짐승이라는 단어가 더해진다. 사람으로 태어나 제 욕심에만 충실했는데 짐승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런데 또 그 어떤 짐승도 제 동족을 잔인하게 몰살시키지는 않는다는 면에서, 어쩌면 금수보다도 못한 그런... 어쨌든 내가 보기에 장제스는 단 한 번도 혁명가였던 적이 없다. 보통 독립 운동이나 혁명의 시기 때만큼은 혁명가인데, 그는 권력을 잡기 전에도 혁명가로는 안보인다.
장제스는 정치인으로서, 특히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는 정말로 무능했으나 자기 잇속을 챙기는 데 있어서는 정말로 치밀하고 똑똑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인간상이 수장이었다는 점이 국민당의 재앙이었다. 물론, 다음 타자보다는 인간적인 면이 있기는 있었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3. 마오쩌둥: 여기서부터는 진짜로 인간 같지가 않다. 싸이코패스? 그런데 그게 국가적인... 마오쩌둥도 장제스처럼 혁명가였던 적이 없다. 권력욕의 화신이고, 그 넓은 땅에서 가장 독한 인간이라 중국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고작 몇 천명을 이끌고 국민당에게 쫓겨 다닐 때에도 권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제 권력을 지키려고 연안에서 청년당원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사람들 앞에서 조리돌림하면서 정신을 파괴하는 묘사를 보면서 진짜 토할 것 같았다. 이런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걸까?

중국의 근대 혁명사는 각 진영에서 가장 악독한 두 사람이 정점에 올라 싸우고 또 싸우다가 둘 중 더 악독하고 영악한 인간이 결국 권좌를 집어삼킨 이야기다. 차이어 같은, 분명히 영웅이라 할 만한 이들도 있었으나, 장제스와 특히 마오쩌둥 같은 잔인하고 독한 인간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예전에는 밤이 길어져도 새벽이 되고 새로운 해가 떠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모르겠다.
중국에도 자유를 위해 투쟁한 학생들과 시민들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무엇인가? 1989년, 천안문에서 그들을 탱크로 밀어버리는 비극이 있었을 뿐이다. 그 후로도 계속, 중국에도 목숨을 걸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은 존재해왔다. 그러나 조지 오웰의 <1984>에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가 곁들여져, 시민들은 멍청해지고 무심해졌다. 혁명의 시대는 지나버렸고, 혁명과 자유는 잊혀졌다.

자유를 염원한 이들의 피가 흐른 천안문 위에도 새로운 해가 떠오를까?

그런데 편집자는 책 검수 안하나? 문장 부호는 없고, 어떤 문장은 끝맺지도 않고, 같은 말이 반복되고, 오타에... 그래서 별 하나 뺀다. 편집도 책을 완성시키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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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 70여 년 동안 이어진 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왜 끝나지 않는가
김재명 지음 / 미지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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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성경을 읽어왔기 때문에, 유대인에게는 막연한 호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호감도는 모조리 박살나다 못해 지하를 뚫고 나가버렸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거주 구역에 백린탄을 퍼붓는 것을 보며 손뼉을 치고 환호를 하는 사진과 영상은 자주 봤으니까. 그러나 이 책에 나온 실상은 그보다 더 끔찍했다.

이스라엘은 단지 폭격을 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폭격과 불도저로 집을 부수고, 농작물들을 뽑아버리고, 직업을 구하지 못하게 하고, 물 공급을 막고, 심지어 UN과 평화 단체의 구호품까지 공급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것은 이미 땅을 사이에 둔 전쟁이 아니라, 한 민족을 말살하려는 끔찍한 음모다. 아니, 음모라고 할 수도 없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 모두를 이 땅에서 지워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도 않는다. 지금의 이스라엘이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내던 히틀러와 무엇이 다른가?

사실 내가 쓴 내용은 빙산의 일각일뿐이다. 이 책 속에는 믿어지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될, 이스라엘의 끔찍한 행위가 끝없이 서술되어 있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전역을 여행하고, 여러 지도자들을 직접 만난 경험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비참함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슬픈건, 팔레스타인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평화운동가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목숨을 걸지만, 유대인 로비를 무시할 수 없는 미국 정치권은 놀라울 정도로 이스라엘의 편이다. 그리고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다른 나라들, 심지어 아랍 국가들까지 팔레스타인을 돕는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이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한, 팔레스타인에는 미래가 없다.

+) 역시 이번에도 원흉은 잉글랜드.

++) 가장 놀랬던 사실은 심지어 이스라엘에 사는 대부분의 유대인이 로마에 의해 디아스포라를 당했던, 원래 유대 왕국에 살았던 그 유대인들의 후손이 아니라는 점이다. 8세기, 터키계 카자르 왕국이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유대교를 국가로 받아들였고, 지금 이스라엘에 사는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그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즉, 신으로부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 받은 민족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이들이다. 국가적으로 부동산 사기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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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룸
하야미네 가오루 지음, 이연승 옮김 / 모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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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나쁜 평을 무시하지 맙시다ㅠㅠ 소재가 너무 내 취향이라 읽었는데...

추리 소설에서 가끔 SF? 판타지?스러운 반전을 내는게 싫다. 진짜 너무 싫다. 나는 추리 소설을 읽고 있으니까 그런 식의 반전에 각오도, 마음의 준비도 안되어 있다고. 그건 반전이 아니라, 그냥 뒷통수를 치는거고 장르 사기를 치는거다. 그런 반전을 내느니 차라리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게 낫다고 생각한다.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중후반부에 급격하게 무너진다 싶더니, 추리소설이나 사이코패스 스릴러라는 제 장르는 잃어버리고, 과학적이지 않은 정신 의학과 약간의 SF로 튀어버린다. 설마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거야, 라고 끝까지 믿어 보았지만...ㅎㅎ 반전이 너무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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