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은 없다
공동철 / 새로운사람들 / 1997년 11월
평점 :
절판


몰라서 잘못한 것은 죄가 아니라고 했으나, 무지했다는 것이 용서받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잘못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저자 '공동철'이 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세월을 보낸 후, 급기야 직접 들여다보게 된 의료 사회는 한마디로 폐쇄성으로 뭉쳐진 성벽이었고, 굳어진 관료주의로 인해 온갖 추측과 검증되지 않은 설들이 횡행하는 곳이었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료 시술을 하는 곳이라고는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상식 외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저자는 백혈병에 대해 광대한 범위의 조사와 분석 연구를 행했고, 끝내 진실로 드러난 모습은 바로 백혈병이 날조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백혈병 자체로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들고있다. 백혈병으로 죽었다고 알려진 사람들은 독한 항암제와 방사선를 사용하는 백혈병 치료에 의해 죽은 것이지, 백혈병 자체로 죽은 사람은 없다. 백혈병을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출혈,장기 부전 등으로 결국에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의료진들은 말한다. 그러나 백혈병으로 진단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가 병이 진행되어 죽음에 이른 사람이 실제로는 없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영국,프랑스,미국(백혈병은 이 세 나라에서 정의되었다.)의 영향권에 있지 않은 중남미 제국과 회교권 지역 등에서는 백혈병 발병 기록이 아예 없다.

감기와 흡사한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각종 검사를 받게 되고, 결국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만약 혈액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었다.

일단 백혈병 치료가 시작되면, 각종 항암제와 방사선 투입으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런 처치들은 내부장기 출혈 및 중증 감염을 일으키고 그런 상태를 현 의학에서는 백혈병이 비로소 밖으로 드러났다고 이야기한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에 찾아왔던 이 사람은 백혈병 치료라는 명목하에 살해당한 것이다. 백혈병 치료는 죽을 때까지 받게 되고 죽어서야 치료가 끝나는, 참으로 끔찍한 의료 행위다.

오늘날의 의학은 양적으로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대단히 부실하다. 많은 미세한 조직과 세포들이 발견되어 의학서적은 더욱 두꺼워져 가지만, 그 속은 수많은 가설과 의문들로 가득하다.

'~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의 원인은 모른다' 라는 말은 의학책에서 아주 흔한 문구들이다. 백혈병이란 용어도, 근본을 모르는 수상한 백혈구가 비교적 많이 만들어진 상태를 뜻한다. 역시 모호하기 짝이 없다.

죽고싶을 만치의 고통을 수반하는 항암제를 남용하는 백혈병, 그 병의 실체는 항암제를 써야 할 아무런 당위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백년이 넘게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끔찍한 살해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태에 대해 지은이는 의학계 내부의 기득권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풍토가 낳은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 역시 한사람의 의료인으로서 대변한다면, 이 시대의 의료인들이 그렇게 슬픔도 아픔도 모르는 냉혈한 인간들은 아니다. 관습이라는 이름의 굴레는 개인의 의지나 확신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쉽게 바뀌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의료인들의 물질적인 이기심 때문에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타인의 생명을 손에 쥐고 있는 의료인 역시, 잘못이 없어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함부로 그 관습들을 바꿀 수가 없다.

비록 저자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의료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할지라도, 세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그의 노련함과 날카로움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에서는 '사실'이란 그 자체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필요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모습의 '사실'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어떤 이해관계도 없고 손익 관계에서도 자유로워 질 때, 너무도 익숙했던 대상은 또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 준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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