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걷다 - 박원순의 백두대간 종주기
박원순 지음 / 하루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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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나이에 장장 49일 동안이나 두발로 백두대간을 오른다는 계획은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할 수 없는 결심이다.  산악회 회원인 나로서도 엄두가 나지 않는 엄청난 계획인 것이다.  무릎이 성치 않을텐데 하는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산을 오르는 한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드는 마음이다.  결과적으로 씩씩하게 완주하시고 서울 시장을 하고 계시니 무릎 걱정은 괜한 것이었음에도 ‘49일간의 백두대간 종주라는 말에는 경이로움과 함께 걱정스런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지리산 입구 중산리에서 시작해서 설악의 마등령까지 우리나라를 종단하는 백두대간 종주는 그 이름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질만한 일인데, 가만히 지도를 보니 그 대단한 백두대간이 우리나라의 남쪽 절반에 그치고 있었다.  설악 위쪽의 나머지 절반은 우리가 갈 수 없는 우리나라 북쪽에 걸쳐 있는 것을 확인하니 안타깝지 그지 없었다.

박원순 시장의 마음도 그랬을지 모른다. 눈에 보이는 안타까움을 줄여보기 위해 앞장서서

일을 추진하고 실천한 것일 것이다.

그렇게도 열심히 사시고도 어느날 문득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이가?”라는 질문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셨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시장님의 49일을 하루하루 읽어가다보니 어느새 나도 시장님의 생각에 동화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힘겹게 걸으면서도 뭐 하나 허투루 지나치는 것이 없다. 

울창한 숲을 지나면 그 아름다운 장관에 감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바로 나무를 국가 경제에 활용하는 방법까지 고안해 낸다.  국토의 70%가 임야인 우리나라에서 나무를 심어 부자가 되보자는 생각이나, 차량이 뜸한 88 고속도로를 지나치면서 너무 서울 위주로만 돌아가는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각성이나, 흥부 자본주의, 결코 만만하게 오를 수 없었던 모든 이름없는 봉우리에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때론 현실적으로, 때론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종주 막바지에 찍은 사진은 온통 땀에 젖은 머리와 온 얼굴을 뒤덮은 수염으로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건만, 수첩에 꼼꼼하게 적어내려간 일기 겸 메모들은 더욱 선명하게만 보여 박원순 시장의 굳은 결심을 보는 듯 했다.

여러모로 대단한 면모를 갖추신 분이지만, 글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이번에 낸 산행일기는 단순히 일기 차원을 넘어 한편의 소설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겉모습만으로는 그저 순해보이기만 했는데, 결단력도 있고, 여러가지 능력이 다양하신 분이시다.  박원순 시장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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