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 조선의 귀양터 남해 유배지를 찾아서
박진욱 지음 / 알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12년 초 알마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지누 작가의 전라남도 폐사지 답사기행,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를 감명깊게 읽은터라, 박진욱 작가의 유배지 답사기가 나왔다길래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들었다.

조선시대 유배지로서 인기(?)가 좋았다던 남해섬, 볕이 한창 따가운 8월에 작가가 직접 발로 걷고, 자전거를 타고 남해섬을 샅샅이 돌아보며 써낸 기행문이다.

첫장을 펼치니 섬 모양이 엄마가 무릎에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남해섬의 지도가 나타났다.  남들보다 우리나라 지도를 자주 들여다 보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해섬의 모양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보니 정말로 아기를 안은 엄마의 모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서 지도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여행은 진주에서 남해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노량나루까지가서 배를 타고 남해섬의 노량에 닿으면서 시작된다.  남해로 건너자마자 첫번째로 들른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 사당이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충렬사를 기점으로 작가의 발길은 서쪽 해변의 이락사, 늑동사, 관음포를 돌더니 이내 동쪽해변으로 와 대국산성을 돌아보고, 내륙의 망운산을 향해 달려간다.

내처 걷기만 하기에는 샌들이 말썽이라 헌 자전거를 하나 사서는 애마 취급을 하면서 남해섬을 종횡무진한다.  남해읍을 지나 다정리의 고인돌을 돌아보고, 찾기도 힘든 마을 깊은 곳에 숨은 삼층석탑을 기어코 찾아내기도 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조선시대 임금들과 신하들의 이야기, 붕당정치 이야기, 선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곡사를 지나고, 용문사도 지나고, 금산도 지나니 어느덧 마지막 여정인 단항까지 오게 되었다.  한곳 한곳을 직접 자전거를 타고 체험하면서 가는 길마다 마주친 마을 아주머니들의 구수하고 정감있는 사투리가 여행의 맛을 한층 돋우었다.

, 여행에서 사진이 빠질 수 있으랴.  자전거를 세우는 곳마다 찍은 사진은 무엇을 찍든 예술작품이 되었다.  늑동사도, 바란산성도, 앵강만도, 그냥 마을 처마밑에 걸린 마늘을 찍은 사진조차도 아늑하고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모슨 사진들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배를 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을 맞이하는 남해섬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문화를 생겨나게 했을 것이다.

420여장에 속하는 조금은 두꺼운 분량임에도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다.  역시 알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알마가 오래도록 이런 좋은책을 많이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올 여름휴가때에는 친구를 꼬셔서 꼭 남해를 가 볼 생각이다.  나도 작가님처럼 남해를 이곳저곳 실컷 돌아보고 싶다.  경판의 목재가 되는 자작나무, 산벚나무, 후박나무가 지천으로 자라 팔만대장경을 남해에서 만들었다는 학설이 재기되었다고도 하니 더욱 흥미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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