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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를 읽을 때는 꼭 소리내어 읽으라고 하고 싶다. 단어 하나 하나를 발음할 때 시인의 언어에 한발짝 더 다가가는 기분이 든다.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이 시들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 지에 대해 배운 바 없다. 단지 시인이 어떻게 자신만이 새로운 언어를 구축해 나가는지, 그가 사용한 단어와 문장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에 집중할 뿐이다.

마냥 따뜻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냉담하지도 않은 그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행간 사이를 거닐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시 사이 사이로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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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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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주최한 '눈가리고 책읽는당'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받았다.
#새인간 #작은날개 #영어덜트소설 이라는 3개의 단서만을 가지고 작가도, 책이름도 모른 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구병모 작가를 좋아하는 나는 몇페이지를 넘긴 뒤 이 책이 구병모 작가의 신작임을 알았고 책의 정체가 밝혀질때까지 널리 소문내고 싶은 이 책을 나만 알고 있어야한다는 사실에 입이 간질간질 하던 차였다.
구병모 작가의 신작소설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금에야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첫 페이지를 넘긴 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고, 재밌었던 나머지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나에게 한달이란 시간은 기다림의 고통을 깨닫게해준 시간이었다.
이 책이 세상에 하루빨리 나오길, 많은 사람들이 이 환상적인 세계로 빨려들어오길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버드 스트라이크 속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조금 다른 세계이다. 그 곳에는 '익인'이 산다. 겉모습은 일반 사람과 거의 비슷하나 날개가 있는 이들로 도시와 떨어진 고원지대에 살고있다. 특히 이 작품은 구병모 작가의 사회비판 의지가 돋보이는 소설인데, 고원지대와 도시로 나눠진 두 사회 사이의 차별을 '익인'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고발한 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다방면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먼저 소수자에 대한 강자의 압력과 세대를 가로질러 내려온 차별의 역사, 그리고 기득권인 도시사람들 사이에서 또 다시 이루어지는 '벽안인'들에 대한 차별, 또한 고원지대의 익인들 사이에서 도시인과 익인 사이에서 태어난 날개가 남들보다 작은 '비오'에게 행해졌던 차별을 타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게하고 성찰을 통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이 소설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도시아이 '루'와 익인 '비오'의 사랑을 지켜보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놓여진 이들을 보며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우리는 그들이 왜 이루어질 수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음'에 차별의 역사가 함께한다는 점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사랑을 다시 한번 응원하게 되고 아울러 우리의 삶까지 성찰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단순히 '판타지 세계의 연애소설'로 끝나지 않고 '루'와 '비오' 각자의 비행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여준다.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마무리된 후 이 둘이 행복하게 연애하며 살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달리 '비오'가 먼저 기나긴 여행을 떠난다.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날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이다. '루' 또한 여행을 결심한다. 과거의 아픈 기억들과 작별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함이다. '루'는 여행을 위해 유영기 조종 자격증을 따게 되는데 그녀는 상처 때문에 필기시험에 만점으로 합격했는데도 자격증을 발급받지 못하다가 결국 극소형 유영기 조종 자격증을 받아 작은 유영기를 타고 여행에 떠나게 된다. '루'의 작은 유영기와 '비오'의 작은 날개가 오버랩 되면서, 남들보다 조금 작은 그들이 이토록 멋지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책의 여운을 더욱 만끽하게 해줬다.


일단 소설이 너무 재밌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은 책은 근래 처음 인 것 같다. 던지고자 하는 메세지도 직관적이라 와 닿는 바가 많았고 스토리 안의 복선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구병모 작가의 사회비판적 시선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책도 날개를 달아 멀리 나아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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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시선 429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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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은 이번 시집을 통해 죽음과 생존에 대한 덤덤한 시선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시집은 1부 2부 3부 로 나누어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러한 구분이 죽음 -> 생존 -> 삶 의 구조를 바탕으로 나누어진 것 같았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상처입은 영혼이 세상 밖으로 조금씩, 한발자국씩 나오는 과정이 시집 전체에 담겨있는 듯 했다.

1부에서 박소란은 우울한 감정을 덤덤한 말투로 내비친다. 이 감정은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도 표현되는데 <끈>같은 경우 자살하려는 사람을 화자로 내세우고 있다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1부에 수록된 시들의 화자들은 계속해서 웅크리고, 슬픔을 보고, 죽음을 연상케하는 모든 것을 향해 걸어간다. 닫힌 문 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뒤흔든다.

1부에서 죽음의 순간을 경험한 화자는 2부에서 '생존'한 형태로 등장한다.
생존이 기쁨의 단어라는 생각은 편협한 사고에서 기반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생존은 그 어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일 수도 있다.
생존한 2부의 화자들은 살아남았음에 덤덤하다가도 어딘가로 이끌려가고 방황하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체념한다.

3부의 '나'는 살아있다. 이 땅에 발붙히고 사람들이 오고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를 만난다. 그렇게 살아간다.
화자는 닫힌 문을 열고 세상밖으로 나온다. 지긋지긋한 먹고사는 얘기를 듣고, 누군가와 사랑을 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외로운 순간도 있지만 화자는 더욱 강인해졌고 담담해졌다.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간다.

닫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누구인가​
문을 닫은 채 홀로 웅크리고 있는 이 누구인가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열고 그에게 손을 내밀자.
그렇게 함께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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