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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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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80년대의 암울한 상황을 환상과 노스탤지어와 패러디의 색채로 미화한 소설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면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환상의 색채가 있어도 끔찍한 상황은 끔찍하다.

이 소설은 국가 권력에게 짓밟히는 개인의 모습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여주고 있다. 그 희생자 중 한 명이 희선(강토)의 연인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유치한암호 때문에 안기부에 잡혀간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주율을 외우고 1976년의 서울 거리를 머릿속에 그려내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다. 그런 능력도 조금이라도 운동가를 더 많이 잡아 내려는 안기부에 이용된다. 그 놀라운 기억력 때문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잡혀 가서 고문당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거대한 권력은 무참하게 짓밟는다.

후반부 ‘1980, 우리 기억의 서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정말 덧없이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로 안타깝게 한다.

 

1 65억 명. 지구가 생긴 뒤 지금까지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숫자다. 넓은 우주의 한쪽 귀퉁이에 있는 지구. 나라는 한 사람은 그 지구의 바글바글한 사람들 중에서도 165억분의 1밖에 안 된다. 그야말로 먼지 중의 먼지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하는 순간, 그 사람은 1 65억 명 가운데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국가가 우리를 부품 취급하고 거대한 톱니바퀴가 우리를 짓밟으려 하더라도, 우리는 1 65억 명 가운데 선택 받은 특별한 존재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북한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때쯤엔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라는 내용을 담는다. 그 뒤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남북은 갈라져 있다.

그러나 소설은 희망으로 끝을 맺는다.

 

이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완전히 다를 거라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

 

그것은 우리의 행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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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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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흑과 다의 환상` 같은 거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합니다--; 그냥 밋밋하고 평범한 얘기처럼 보였는데 다시 읽어 보면 다른 느낌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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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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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부터 쓰겠다.

 첫번째로 냉혹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동화라고 하면 꿈처럼 아름다운 세계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 작품 세계는 그렇지 않다.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은 버려지고, 바깥에 나갔다간 족제비에게 잡아먹힐까 봐 전전긍긍해야 한다. 어린이 교육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험난한 현실의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로 편한 곳(마당)에 안주하지 않고 야생으로 나가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세번째로 잎싹이 자기와 다른 종족인 오리를 정성들여 기른다는 점이다. 자기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는 배척하기 쉬운데, 잎싹은 자식으로 받아들였다.

 잎싹의 꿈은 자신의 알(생명)을 기르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험난한 약육강식의 세계라 생명의 소중함이 더 잘 느껴진다.

다음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이제부터 이 책을 읽으려는 분은 읽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아쉬운 점은 어디까지나 '희생적인 어머니'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점.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잎싹, 나그네, 족제비까지 자식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자식을 떠나보낸 잎싹에게는 '날고 싶다'는 꿈만이 남는데, 이 꿈은 죽음을 통해서 성취된다.
 물론 그것은 또다른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죽음이다. 이 희생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말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삶에서는 자식이 전부이고, 자식이 떠나면 그 후의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물들의 삶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는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의 삶에는 자식을 기르는 것 말고도 얼마든지 할 일이 있고, 다른 꿈도 있다.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해 한국인들은 '희생적인 어머니상'만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충분히 교훈적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다. 그러나 '어른도 읽는 동화'로도 알려지고 베스트셀러이기도 해서 읽었는데 위와 같은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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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소녀 - 소설로 읽는 사랑철학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이정순 옮김 / 현암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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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도 어린 시절에는 세상이 신기한 것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텔레비전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도, 지하철 개찰구에서 표를 삼켰다가 뱉는 기계도, 어른들에게는 익숙하기 짝이 없는 것 하나 하나가 아이에게는 낯설고 신기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그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어지간한 일에 놀라지 않는 것이 '어른'이며,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만큼 닳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오렌지소녀’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는 '소피의 세계', '카드의 비밀', ‘세실리의 세계’ 등 청소년을 위한 철학 소설로 유명한 작가다. 특히 ‘소피의 세계’는 나이를 막론하고 철학 입문서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렌지소녀’도 낭만적인 사랑이야기에서 시작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15세 소년 게오르그는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읽게 된다. 죽은 사람의 편지를 읽는 긴장감 속에서 소설이 전개된다. 편지에는 아버지가 젊은 시절 '오렌지소녀'를 만나면서 시작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차 안에 한 소녀가 오렌지를 양팔 가득 들고 서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광경이지만, 아버지는 여기에서 동화를 보고 수수께끼를 본다. 소녀의 사소한 행동이나 대사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비밀스런 메시지이다. '닳고 닳은 사람'이 보기에 이런 심리는 그저 '눈에 낀 콩깍지'이리라.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어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크고 작은 드라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들을 놓치고 지나간다면 얼마나 아까운 일이겠는가.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가 ‘놀라워하는 능력’이다. 게오르그의 아버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능력을 잃지 않고 이 세상의 경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린 이번 한 번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게오르그의 아버지는 편지에서 몇 번이나 이렇게 쓴다. ‘태어난다는 것은 이 세상을 통째로 선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몇 십 년 살고 나면 그 선물을 다시 송두리째 잃어버린다. 사랑하는 사람도, 친한 친구도 함께 잃어버린다. 요슈타인 가아더는 소설 전반에서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멋진 삶'을 보여주고, 그 '멋진 삶'은 언젠가 상실된다는 잔인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 어차피 빼앗길 선물이라면 받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일까?

이 대목도 작가의 다른 소설을 연상케 한다. 사실 ‘태어난다는 것은 이 세상을 통째로 선물 받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이 소설이 아니라 ‘세실리의 세계’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나왔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오렌지소녀’에는 작가가 전에 쓴 작품의 테마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반부까지 읽었을 때에는 일종의 ‘우려먹기’가 아닌가 걱정했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죽어가는 사람의 심정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주제를 ‘사랑’과 ‘죽음’에 초점을 맞춰 변주한 것이라고 본다. 작가의 전작들을 이미 읽은 사람에게도 ‘오렌지소녀’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태어난다는 것은 이 세상을 통째로 선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빼앗길 선물이라면 받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을 직접 읽으면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누구나 알고 있을 당연한 진리이지만,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읽다 보면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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