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달 시화집 겨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칼 라르손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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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 단어 그대로 시와 그림이 함께하는 책이다. 어릴 때 시화전같은 전시회에서 감탄하며 즐기던 기억이 나는데 이런 시화집도 평소에는 조금 메말라있을 감성을 적시기에 좋은 책인 것같다. 

<열두개의 달 시화집 겨울>은 제목처럼 겨울인 12월, 1월, 2월을 담았다. 그림은 3인의 화가ㅡ 칼 라르손, 끌로드 모네, 에곤 실레. 시는 윤동주 이외 32명이나 되어서 어떻게 보면 그림을 그린 화가 숫자에 비해 시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우선 이 책은 표지부터가 잔잔하면서 예쁘다. 연회색 바탕에 섬세한 푸른 꽃무늬가 겨울답게 차분한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윤동주 말고도 김영랑, 백석, 심훈, 이상화, 노천명, 변영로, 정지용, 한용운, 박인환처럼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문인이 대부분이다. 외국시인도 있는데 이름이 낯선 일본인 몇 명(물론 하이쿠 좀 안다는 사람에게 바쇼는 유명하지만)이 있고, 서구인으로는 크리스티나 로세티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 이름을 올렸다. 

시는 일반적인 산문과 달라서 그 정제된 언어와 함축적 내용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저런 상념에 젖게하고 감성을 촉발시키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림도 시와 비슷해서 화가가 보여주는 시각적 내용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마음에 여러가지 감정과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옛날부터 시라는 장르와 회화라는 장르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고있는 연유이기도할 것이다. 

시간이 그리고 계절이 겨울이어서 그런지 이 책에는 겨울이나 눈, 인생의 허무, 죽음, 이별, 슬픔, 고독 등을 소재로 한 시가 많은 듯하다. 



홀로인 것은 

나의 별이겠지

은하수 속에.


- 잇사


이런 짧은 문장에서도 많은 것을 때로는 유독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 시가 가진 매력인지도.



(전략)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후략)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중에서


백석의 시인데 특히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라는 구절이 마음을 그렇게 칠 수가 없어서 눈길이 한참을 머물렀다.



When I am dead, my dearest,

Sing no sad songs for me;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Nor shady cypress tree:

Be the green grass above me

with showers and dewdrops wet:

And if thou wilt, remember,

And if thou wilt, forget.

(후략)


- Song 중에서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 앞부분이다. 크리스티나는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누이이기도하지만 뱀파이어 이야기를 쓴 폴리도리의 질녀기도한데 'if thou wilt, remember. if thou wilt, forget' 여기서 그만 먹먹해진다. '기억하고싶다면 기억해주세요. 잊고싶다면 잊어주세요'. 그런 뜻이겠는데 삶이 그러한 것임을 인간의 마음도 그러한 것임을 시인은 담담히 읊고있다.


책 맨 뒷편에는 시인과 화가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그들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으니 도움이 된다. 인상파의 대표주자인 모네나 표현주의의 에곤 실레에 비해 스웨덴 출신의 칼 라르손은 그 유명세가 앞의 두 사람에 비교하면 훨씬 덜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사실주의적 화풍이 담긴 그림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시화집으로 올 겨울, 마음 깊은 곳에 품고있던 서정을 따뜻하게 녹여보는 것도 아름다운 시와 그림을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이 바람직하리라.




* 출판사에서 도서만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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