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0년 10월

유럽의 남동쪽에 위치한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라는 달갑지않은 명칭이 붙기도했지만 기실 인류의 역사에서 학살과 전쟁이라는 참담한 기억이 없었던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발칸반도는 지리상 동방과 서방이 교차하는 지점이기도하여 이 지역의 역사가 오래되기도했지만 그만큼 여러 민족과 종교가 이리저리 교차하다보니 특히 현대에 들어와서는 발칸이라면 20세기초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사건이라든가 최근인 불과 수십년 전의 유고내전으로 세르비아가 주축이 되어 저지른 인종청소 등 어두운 이미지가 만연한 곳이다. 

그리고 이 발칸에 자리한 여러 나라들, 그들이 믿고있는 그리스정교는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낯설다. 얼마전 TV에 등장한 명소로 인해 동유럽여행을 발칸지역으로 다녀오는 관광객이 꽤 많아지긴했으나 그네들의 역사와 종교는 여전히 우리에겐 잘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발칸반도만 따로 떼어 '발칸 유럽'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인 <오래된 시간, 발칸 유럽>은 종교를 중심으로 발칸반도의 여러나라를 훑고 지나간다. 어쩌면 이슬람보다도 더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리스정교, 오도독스. 개신교나 가톨릭의 활발함과는 달리 정적이고 배타적인 것 같지만 그 대신 어딘지 신비로움도 함께 배태하고있는듯한 그리스정교회의 수도원, 영묘, 성화가 글쓴이의 발걸음과 함께 그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물론 발칸의 국가와 사람들이 그리스정교만 믿는 것은 아니다. 카톨릭 신자도 있고 모슬렘도 존재한다. 

오랫동안 동로마제국에 속해있었으며 비잔틴이 멸망한 이후에는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하에 놓였던 발칸반도. 근현대에 독립을 이루기는 했으나 그 와중에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같은 발칸의 민족과 국가들은 무시무시한 갈등과 투쟁과 내전을 겪어야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 어느 땅엔들 그런 암울한 시기와 어두운 과거가 없었겠는가. 글쓴이는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를 순례지로 삼아 종교를 중점에 놓되 그네들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속삭이듯 섬세하면서 겸허히 털어놓는다.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인류는 왜 이다지도 서로 다투고 싸우고 또 서로를 죽여야했는지? 그것도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를 믿는다면서. 그런 의문과 서글픔은 그러면서도 종교와 영성을 좇는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와 문화와 민족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혀있는 발칸이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러므로 더더욱 상호간의 공감과 연대를 희구하는 글쓴이의 마음에 한층 경건해지는 심정을 억제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