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 안드레아 왕자, 몬테카를로, 지중해의 햇살을 품은 꼭 가고싶은 나라
유은유.정은우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의 유명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받았고 이름처럼 우아함의 대명사였던 그녀가 어느 날 유럽의 프린세스가 되었다는 동화같은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모나코라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작은 나라의 존재와 그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남동쪽에 위치한 모나코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속령이나 다름없던 작디작은 나라였지만 레니에 공이 미국 여우 그레이스와 결혼하면서 새삼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만해도 전통없는 벼락졸부 취급을 받던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성공했다고할까. 겸하여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로마노프 호엔졸레른 합스부르크같은 왕가가 몰락하고 그리스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도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왕실이 많이 없어지자 상대적으로 떠오른 것이 사실 듣보잡이라해야할 모나코의 그리말디 가문인데 이 책은 모나코를 좋은 쪽으로 선전하려다보니 엄청 띄워주고있지만 뭐 말이야 바른 말이지 옛날 유럽에서 모나코나 그리말디 가문이 별로 이름있었던 건 아니다.

이 책에서는 모나코의 공비(公妃)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생애와, 그녀가 시집간 나라인 모나코 공국의 역사, 현재 모나코와 관광지로서의 모나코를 소개하고있다. 그런데 모나코는 공국이고 군주는 공 또는 공작인 프린스여서 이 책에서 왕국이니 왕이니 하는 표기는 잘못된 것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말하고있지만 설마 킹덤과 프린스팰러티, 매저스티와 하이니스의 차이를 모른단말인가. 그렇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군주론이라하지말고 '왕론'이라해야겠다. 그리고 룩셈부르크나 리히텐슈타인도 왕국이라하고 왕이라 지칭해야할텐데 저자 스스로 이 책에서 룩셈을 대공국, 리히텐을 후국이라하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건가?

오류도 좀 보인다.

-146페이지

"모나코의 루이와 그라몽 공작의 딸 카트린의 결혼은 모나코와 부르봉 왕가의 결합....카트린의 어머니는 루이 13세의 질녀..."라고 되어있는데

카트린의 어머니(프랑소와즈 마르그리뜨 뒤 플레시 드 쉬브레)은 프랑스왕 루이 13세가 아니라 재상인 리슐리외 추기경의 조카딸이다. 그것도 이복5촌조카딸인데 어쨌거나 부르봉 왕가와의 결합이라는 말은 어폐다. 나중에 로렌느 가문의 공녀가 모나코 공비가 되면서 부르봉과 멀리멀리 연줄이 닿을 뿐.

-314페이지

"프랑스나 영국의 역대왕실도 모계로 계승되면서 이어져 온 경우가 많아요."

영국이야 준살리카라 여왕도 나오고 모계로 계승되지만 프랑스에서 모계 계승한 경우는 없다. 백년전쟁에서 영국왕 헨리 6세가 프랑스왕 될 뻔했으나 잔다르크의 등장으로 그만...;;;

발르와 왕조때는 여성은 아예 프랑스 왕위에서 배제시키는 규정까지 만든다.

그 외에도 몇가지 있지만 오류가 있긴해도 전반적으로 모나코 공국의 역사와 그레이스 켈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출간된 책인것 같고 내용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그레이스가 배우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이라든가 모나코의 공비로 살면서 받게된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모나코의 발전에 이바지했던 점, 남편인 레니에 공이 모나코를 오늘날과 같은 부유한 국가로 이끌어낸 과정도 소상히 소개되어 있다. 표지도 면지도 예쁘고 섬세하고, 모나코 풍경이며 왕궁사진도 선명해서 보고있으면 모나코에 가고싶은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 

아쉬운 것은 유명인물을 좀 거론했더라면 독자들의 관심을 좀 더 끌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182페이지에 나오는 알베르 1세는 본래 영국왕실에 청혼했으나 빅토리아 여왕이 거절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귀족인 해밀턴 공작의 딸 메리와 결혼하는데 메리의 모친은 바덴 공녀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와 친척이다.(보아르네 가문으로).

185페이지에 나오는 앨리스 하이너는 알베르의 두번째 아내인데 하이너 가문은 본래 독일인으로 독일문학사에서 유명한 시인 하이네가 앨리스의 친척이 된다. 앨리스 부모가 프랑스 궁정의 고정 게스트여서 나폴레옹 3세와 유제니 황후는 앨리스의 대부모가 되어주었는데 재미있는건 앨리스의 첫 남편이 리슐리외 공작이라는 거다. 리슐리외 추기경의 후예다. 물론 리슐리외 추기경은 미혼이고 자식이 없어서 조카손자가 대를 이었지만 어쨌든. 

203페이지에서 발랑티느와(valentinois) 공작작위말인데...사실 지금 그리말디 가문은 프랑스 귀족인 폴리냐크 백작의 후손이다. 마리 앙트와네트가 총애했던 폴리냐크 백작부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지금 모나코 그리말디 가문을 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데 그건 그렇고 이 발랑티느와 공작위는 원래 프랑스 왕실이 보유하던 작위로 처음에는 유명한 체사레 보르지아가 받았고 두번째로 이 작위를 받은 사람이 앙리 2세의 애첩 디안느다. 앙리 2세는 디안느에게 푹 빠져서 마누라인 왕비 카트린느 드 메디치에게는 1도 관심을 안 줬다가...뭐 어쨌든 이런 이야기들은 이 책에서는 1개도 안 나오는 것들이다. 유럽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빅토리아 여왕이나 나폴레옹 3세, 카트린느 드 메디치 정도는 들어봤을 테니 아마 눈길이 좀더 가지않았을까.

지금까지 오류와 불만사항을 지적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가 없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 정도로 모나코의 역사와 그레이스 켈리에 대해 한국어로 자세히 쓰여져있는 책은 현재로서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옛날에 그레이스 켈리가 주연했던 하이눈, 다이얼 m을 돌려라, 백조같은 영화를 봤던 기억도 나고 또 여태까지 레니에 3세가 군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몰랐는데 이번에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도 개인적으로는 의미있었다. 그가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하기로 한 결정은 계산적인 면이 크지만 결혼할 때 계산 안하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돈계산만 계산이 아니다.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배우자로서는 어떨지, 부모로서는 어떨지 평가하거나 상상해보는 것도 다 계산이라면 계산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서 줄다리기해야했던 소국 모나코가 지나온 과정도 그러하지만 모나코의 유명한 카지노 사업도 휴양관광사업의 성공도 다 역사적으로 이전 집권자들이 노력하고 힘을 쏟은 결과였고 그것이 레니에 3세와 그레이스 켈리 부부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