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이여트
오마르 하이염 지음, 최인화 옮김 / 필요한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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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드로 오래 전부터 알고있어서 '로버이여트'라고 하니 좀 어색합니다만. 오마르 하이염은 셀주크 시대를 살았던 페르시아 사람으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그런 그가 시인으로 서양에 알려진 계기는 특이하게도 19세기 영국인 피츠제럴드가 루바이야트라는 제목으로 하이얌의 시집을 출간하면서였습니다. 

로버이'라고 되어있는데 이 로버이는 페르시아 고전문학에서 나타나는 4행시를 말한다고하네요. 로버이여트는 로버이의 복수형이라 로버이여트라고 하면 4행시집이라는 뜻이 됩니다. 

불과 4행밖에 안 되는 짧은 시니까 짓기가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이렇게 짓는 게 더 어렵습니다. 이 짤막한 4행으로 깊은 뜻과 심오한 의미를 전달하는 데다가 내용도 파격이어서 흔히 시라고하면 자연의 아름다운 정취를 찬미하거나 민족적 긍지를 자랑하고 드높이거나 그도 아니면 종교적으로 신앙과 신을 숭배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비해 오마르 하이얌의 로버이여트는 수사학적 비유가 별로 없고 간결하고 직설적이면서 내용도 다른 시인들과는 달리 대체로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함, 부질없음을 탄식하는 내용입니다. 

인간이여, 아직 오지않은 미래에 벌써부터 근심하지 말고, 그렇다고 지나간 과거에 얽매여서 괴로워도말고 오직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즐기자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술 마시자는 이야기가 많은데 술같은 알코올을 권하고 실컷 취하자고하는 건 그냥 잔치를 열고 먹고 마시고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뜻인 것 같네요. 우리가 파티나 모임에 만나서 거하게 먹고 마시고하듯이요. 

말하자면 현재를 충실히 즐기자는 거지요. 두 번 다시 살 수 없는 짧은 인생. 그러니 살아있는 지금이 더없이 귀중하니까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자는 태도입니다. 저자의 내세가 아니라 현세를 중시하는 관점이 잘 드러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 개인적으로는 전부터 루바이야트를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내용의 시일 거라고는 예상 못했습니다. 신비주의로 유명한 루미의 시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비켜갔네요. 형이상학적이거나 자연을 예찬하는 시 아니면 종교를 강조할 줄 알았는데..ㅎㅎ';;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편역인 영어본이 아니라 페르시아어 원문으로 되어있는 로버이여트 그대로 한국어로 옮긴 것이라 더욱 의미깊은 책입니다. 거기다 페르시아 원어도 같이 실려있기때문에 페르시아어나 이란 문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것 같네요. 소장하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술 드시오, 꽃을 따시오. 눈 깜짝할 사이

꽃은 흙이 되고 새싹은 티끌이 되고 만다오.





동틀 시간이니 어서 일어나라, 고운 이여

살며시 살며시 술 마시고 하프를 켜라.

지금 살아있는 이들 오래도록 머물지 못하며

이미 가버린 이들은 다시 오지 못할 터이다.





누구도 내일을 장담하지 못하니

번민 가득 이 마음, 현재를 즐기라.

달처럼 고운 이여, 달빛 아래서 술 마셔라

달 밝게 빛나도 우릴 찾지 못할 것이니.





우리가 없더라도 세상은 존재할 것이며

우리는 이름도 흔적도 남지않을 것이네.

이전에 우리 없었어도 아무 이상 없었고

이후에 우리 없더라도 그러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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