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의 조동사를 설명합니다 OKer 시리즈
오석태 지음 / 사람in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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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라 가뭄에 콩나대끼 영어책을 사고있는데 지난달 주문한 책이 원래 예상일을 넘겨서 언제쯤 배송된다드만 날짜가 지나도 올 생각을 안했다. 배송추적란에 판매자가 써놓은 'may be lost'가 마음에 걸려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는데 암튼 그래서 '배송지연일 수 있으니 기둘리게뜸'이라고 유치원생 영어로 떠듬떠듬 써 보냈더니 황송한 답장이 왔다..'고객이 불편을 느낄 정도로 기다릴 필요는 없으며 언제든 환불 가능하다. 너의 인내심이 고맙고 어쩌고...' 

이런 따분한 얘기를 왜 하냐면 결국 말로 하든 글로 쓰든 영어에서 조동사를 가끔이라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시제는 차치하고라도.

판매자가 At any time we can issue a refund for this order if you feel that you can not wait any longer..쏼라쏼라하는데 못 기둘리겠음 언제든 환불해주겠다니 화끈해서 좋다. 근데 왜 하필 can인가?  해주면 해주는 것이지 해줄 수 있다는 뜨뜻미지근한 표현은 뭐람? 

여기 대한 답은 이 책 [혼동의 조동사를 설명합니다] 183페이지에 나와있다. 조동사 can은 능력과 가능성을 내포한다. "can은 직설적이고 단정적이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못박는다. can을 그저 '~을 할 수 있다'로만 해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있듯이 조동사에 대한 책이지만 기존 문법서와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택했다. 공부나 학습이라면 머리가 아픈 사람들을 위한 방법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기쉽고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영화 속 대사를 예문으로해서 조동사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양한 예를 보여주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설명하는데 마치 독자 눈앞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같은 형식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역동적이고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문장 속에서 조동사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 활용과 역할을 알면 이해하기 쉽고 의사표현도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 그래서 선택한 가장 적합한 영화가 우디 앨런의 영화라는 거다. 이 책을 보면서 웃음을 금치 못했는데 저자가 정말로 진짜 우디 앨런의 팬인거 같아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디 앨런 영화로만 채워져있다. 정녕코 팬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는 거다..ㅋㅋ


우디 앨런 영화를 한 번도 안봤다고 걱정할 건 없다. 저자가 영화의 배경과 내용과 줄거리를 다 설명해주신다. 그것만이 아니다. 예시문으로 끌어온 대화에서도 그 맥락과 느낌과 기타 다른 것들을 옆에서 친절한 선생님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하나하나 짚어주고있다. 조동사에 대한 것만이 아니고 영화에서 서로 주고받는 대화문 자체까지. 


You got me out of bed.

(p.234)

"너때문에 침대에서 나왔잖아."의 의미다.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다가, 또는 잠을 청하다가 멈추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는 뜻이다.

보기에는 쉽지만 막상 말할라치면 어려운 표현이다.


동감이다. 저 문장을 해석 못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자려고 누웠는데 니가 날 불러서 나왔어."를 영어로 말해보라한다면 저 간단한 문장이 머리에 떠오를까? 입에서 금방 나올까?


그것 말고도 대화문에 없는 설명의 프레이즈까지도 가끔 영어로 넣어주는 추임새에 아예 본인의 감상이나 생각도 거침없이 늘어놓고 있는데 마치 옆에서 공부말고 다른 이야기를 조잘대는 것 같다..ㅋㅋ


아들은 친구들에게 아버지 자랑을 엄청하면서 다녔다. (brag to everyone about his father).

그런데 그 아버지가 사기꾼이다. (He is such a phony).

(p.94)


많지는 않지만 가끔 이런 영어 프레이즈 서비스도 보인다. 


결론을 말하면 이 책은 공부가 아닌듯이 공부하고 학습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언어는 원래 학습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다. 당장 내일 영어시험 점수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영어를 언어로 이해하고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책이다. 물론 궁극은 통하는 것이기에 미국 드라마나 영화 뉴스 많이 듣고 보고 책 많이 읽고 영어로 많이 쓰고 많이 말하면 시험점수도 당연히 높을 것이다. 다만 시험 잘 보려면 수험서로 공부해야하는 건 불문가지. 

참고로 이 책의 인용대화문 수준은 높은 편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큐도 아니고 대중영화에서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전문적이고 학술적이고 수준이 높을 리가 없다. 혹시 어렵다고 느낀다면 그건 시험영어지문에 익숙해서일듯.


[혼동의 조동사를 설명합니다]는 영어의 조동사를 머리가 아니라 느낌적 느낌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딱딱한 수험공부방법이 아니라 책 읽듯이 영화 보듯이 재미있게 공부하고싶다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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