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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법정에서 피오나는 자신의 지위가 부여해준 권한과 위엄으로 애덤에게 죽음 대신 앞으로 펼쳐질 모든 삶과 사랑을 제안했다. 또한 종교로부터 그를 보호해주었다. 신앙 없이 바라본 세상은 얼마나 열려 있고 아름답고 또 두려웠을까. 285p
젊음, 10대의 약동하는 육체는 생명을 머금고 활활 타오르는 장작과도 같지만 여린 마음과 미숙함 때문에 방황하는 영혼을 함께 갖춘 모순덩어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길러진다. 가족은 약한 유년기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마지막 안전장치인 것이다.
그런데 그, 방패가 무너진다면,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는 그, 가정의 균열이라는 쉽지만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피오나라는 여성 판사의 입장에서 몇몇 사건들과 함께 다루고 있다.
피오나는 59세의 여성 판사로 어느 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수혈을 하지 않을 경우 죽을 수도 있는) 17살의 어린 소년의 사건을 맞게 된다. 부모는 아이의 수혈에 대해 완고한 태도를 취하고, 마치 종교적 신념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아이를 고결한 순교자로 생각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피오나는 판사로서 정확한 판결을 내리기위해 아이의 병원을 찾아가게 된다.
<칠드런 액트>의 상징적 장치들은 어린 아이와 늙은 여성을 대비시키며 소설을 강렬하게 만든다. 또한 가정문제를 판결하지만 판사의 가정 또한 숨길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려한다.(남편의 외도와 아이가 없는 가정)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장치들은 너무 억지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작가의 치밀한 조사를 통해 만든 상황들과(실제 판례들을 인용한 사건들) 우아한 문체들은 소설의 수준을 높여준다.
묘한 여운이 남는 대가의 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