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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전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평점 : 
<화차>, <솔로몬의 위증>등 사회적 모티브를 가지고 장르소설을 써왔던 미야베 미유키의 역사소설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1960년생으로 1987년 <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하였으며, 국내에 출판된 소설도 거의 100권 넘게 나올 정도로 많은 소설을 집필했고, 장르 또한 다양하다. 그리고 더욱 대단한 것은 많은 편수에 비해서 소설의 질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미스테리부터, 공포, 역사, 판타지, SF까지 엄청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가이나 크게 보면 현대 미스테리와 역사소설을 주요 장르의 큰 틀로 잡고 있다. <괴수전>은 이러한 큰 틀에서 역사소설의 품안에 들어가면서 그 안에 괴수를 넣어 역사 + 괴수의 복합된 장르소설을 만들었다.
<일본어판 표지, 한국어판에 비해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번(제후가 다스리는 영지를 말한다.), 고야마 번과, 나가쓰노 번사이의 오오타라야마 산에 살고 있는 괴수 ‘쓰치미카도’(뱀과 두꺼비의 형태를 섞고 있는 괴수이다.)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과 그 괴수를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얻으려는 악인 그리고 두 번 사이의 역사적 관계에서 벌어지는 반목과 갈등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등장시켜 서로 얽히고설키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답게 확실히 재미있다. 이야기의 구성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적절하다. 대중소설로서의 미덕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글에 함축적이고 미학적 의미를 담지는 않는다. 글자는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나가기 위한 소스로 쓰인다는 느낌이 있다. 문체의 매력은 크지 않다. 하지만 평범한 문체 덕분에 600페이지가 넘는 긴 글의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지시켜 준다.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제목에 있는 것 같다. 원작의 제목은 <荒神>으로 되어 있다. 직역하자면 황신으로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면,
1. 부뚜막 귀신; 조왕신.(=三宝荒神)
2. 뒤에서[숨어서] 남을 수호해 주는 신(神)
으로 표기되어 있어 전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메타포의 역할을 하는데, 한국어 제목의 <괴수전>은 원작 제목의 의미를 감소시키는 것 같다. 이건 북스피어에서 출간한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소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과 같이 원작 제목 <베드로의 장렬>을 바꾼 것과 비슷한데 오히려 소설의 내용과 연관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제외하더라도 충분한 재미를 갖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