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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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63년. 계속되는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가축이 멸종되었다. 사람들은 새로 먹을 가축이 필요했고, 온갖 가축의 유전자를 짬뽕해서 번식력 좋은 먹을 가축을 만들어냈다.
이우환은 성인이 되어 고아원을 나온 후 한 식당에서 20년 넘게 주방보조일을 하고 있다. 새로운 가축으로 만든 음식은 맛이 제대로 나질 않았다. 그래서 사장은 입맛 열면 '곰탕'얘기를 했고 이우환은 그 맛이 궁금했다.
어느 날 사장은 결국 그 맛을 찾기 위해 이우환을  과거로 시간여행을 보낸다.
'이렇게 사나, 그렇게 죽으나'
우환은 목숨을 내 걸어야 하는 시간여행을 시작하고 드디어 2019년 부산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식당주인이 알려준 '부산 곰탕'집을 찾아가 무작정 매달려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고뭉치 식당집 아들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이름임을 알게된 우환은 그에게 남다른 애정을 느끼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정을 쌓아가게 된다.
곰탕비법을 터득하고 아롱사태도 사 가지고 다시 미래로 돌아가는 날, 우환은 지금 여기서 이대로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탈출하게 되고, 그의 탈출을 알게 된 몰이꾼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집요하게 우환을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SF는 영화조차 안 보는 나는 초반 이 책을 읽으며 뭐야? 곰탕 배우러 목숨걸고 간다고? 하필 곰탕집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였다고? 하며 SF는 역시 내 취향이 아냐..아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어갈수록 작가가 만들어낸 놀라운 이야기와 장면들에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어갔다.

제가, 열심히 살게요. 제가 열심히 살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제가 정말로 열심히 살면, 그럼 그러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도 안 되는 거겠죠? -260쪽-
부모의 얼굴조차 모르고 평생을 살아왔던 우환이 과거에서 만난 부모는 처음으로 가져본 가족이었고 행복이었다. 다시 미래로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서 살고 싶은 우환의 간절한 바람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은 우환만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시간여행을 원했던 이들은 어쩌면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 이들이었고, 그래서 목숨을 걸어서라도 시간여행이 필요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결국 초반 내가 느낀 겨우 곰탕을 배우러? 하필 곰탕집 아들이 아버지야?하는 어설프게 느껴졌던 설정은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첫 페이지를 펼치게 했을 만큼 알고보니 앞뒤가 빈틈없이 짜여진 놀라운 기획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결국 어울리지 않을거 같던 곰탕과 SF는 이보다 더 어울릴수 있을까 싶게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이 책의 작가인 김영탁감독은 '헬로 고스트'를 만든 감독이다. 불과 40일이라는 기간만에 이런 놀라운 작품을 처녀작으로 내 놓을수 있다니  그의 능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한마디로 기욤뮈소도 울고 갈 타임슬립소설이었다. 올 여름 휴가철에 읽으면 소름 솔솔 돋으면서 푹 빠질수 있는 즐거운 책이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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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만담
장석만 지음 / 다할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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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모순을 담고 있다. <철학>과 어울리기 힘든 <만담>이 붙어있으니 말이다. 좀 더 쉬운 철학을 원하는 독자는 '철학' 쪽에 무게를 둘 것이고 철학이 두려운 이는 '만담' 쪽에 무게를 두지 않을까 싶다. 요즘 철학에 빠져 있는 내게 이 책은 전자의 생각으로 선택되어졌고, 그래서 읽는 내내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이 책속엔 저자의 글은 단 한 문장도 없다. 동서양고전, 세계 유명 일화등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이야기만 담겨있다. 이런 책을 '지은이'라고 써서 책을 낼수 있는건가 싶다. '엮은 이'가 옳은 표현이 아닐까 싶다.

책속엔 짤막짤막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관포지교, 채플린이야기,자동차왕 포드이야기, 나폴레옹이야기등 우리가 수십번 접한 이야기도 담겨있고, 처칠과 플레밍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 대처수상, 워싱턴의 어머니에 관한 감동적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등도 담겨있다.

만담 이라고 받아들이고 이 책을 읽는다면 충분히 흥미로울수 있을 것이다. 짧은 이야기속에도 감동이 있고 철학 또한 담겨있다. 하지만 관계, 수양, 재치, 처세, 깨달음, 성공에 관한 분류되어 있음에도 이 책은 이야기를 던져놓고 이 안에서 알아서 스스로 깨닫고 철학을 끌어내라고 요구하는 듯 작가의 코멘트 하나 없다는 점이 참 성의없는 책이라는 뒷맛을 남긴다.

제목을 보고 혹여 이 책을 쉬운 철학책 정도로 알고 펼치신다면 나처럼 엄청난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아주 가볍게 읽을수 있는 일화들을 엮어놓은 책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적당한 책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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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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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11쪽-

 

 아이스하키가 전부인 마을이 있다. 인구도 줄고 폐가가 늘어가는 이 베어타운에서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는 건 아이스하키다.
이 마을 출신으로 프로에 진출했던 단장'페테르'를 중심으로 코치, 선수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까지, 그들은 아이스하키로 똘똘 뭉쳐있다.
이 마을에 청소년단의 준결승이 열렸다. 유망주'케빈'을 중심으로 온 마을 사람들의 열광적인 응원하에 그들은 승리를 하게 된다. 케빈은 승리를 자축할 겸, 부모님이 없는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게 된다. 평소 관심있던 단장의 딸인 '마야'를 초대한 케빈은 마리화나와 술에 취한 그녀를 성폭행하게 되고, 그 사실을 '아맛'이 알게 된다.
마야는 수치심과 두려움에 이 사실을 숨기지만, 친구 '아나'는 그녀에게 더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경찰에 신고하게 용기를 주고 결국 결승전 경기가 열리기 직전 '케빈'은 경찰서에 끌려가게 된다.
케빈이 빠진 결승전은 패배를 하고, 화가 난 마을사람은 마야가 아이스하키팀이 해체되길 바라고 일부러 꾸민 짓이라며 마야가족을 몰아부친다. 한편 '아맛'은 유혹의 손길속에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지 갈등하게 되는데....

 

 

 

 

 "알려야 해"
"누구한테?"
"모든 사람들한테"
"?"
"안 그러면 그 자식이 또 그런 짓을 저지를 테니까. 다른 사람한테-310-

마야는 용기를 내서 신고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비참했다. 그녀의 성폭행사건은 그 상대가 최고의 유망주인 '케빈'이라는 이유로 하키팀을 무너뜨리려는 음모로 변질된 채 퍼져버리고 마야의 가족은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가 되고 만다.

 

 

 

 

아직까지는 케빈이 나한테만 상처를 줬잖아.
하지만 내가 입을 열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까지 상처를 받게 돼.
그건 감당이 안 돼.
-311쪽-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오직 승자만이 인정받는 세상이었고, 그런 어른들의 세상을 보고  아이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뭐든 맘대로 누릴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아이들은 마치 승리의 전리품을 챙기듯 맘에 드는 여자를 맘껏 취하는 모습으로 어른들의 권력놀음을 그대로 따라한다. 그리고  그로인해 누군가는 평생 지울수 없는 아픔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245쪽-

 

 '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등 조금은 동화스러웠던 전작과 달리 이 작품은 현실감 있는 주제를 과장되지 않게 풀어놓고 매끈하게 잘 마무리 함으로서 그 어느 전작보다 진한 감동과 따스함을 준다. 내게 있어 이작품은 '프레드릭 베크만'의 전작을 뛰어넘는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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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 마지막 의사 시리즈
니노미야 아츠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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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얼마전에 읽은 연명치료에 관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법이 시행중이고 불과 두달 사이에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 책은 연명치료를 다룬 소설이다. 표지속 전형적인 일본만화의 주인공같이 그려진 두 의사의 대립을 통해 연명치료의 현실을 드라마같이 만나볼 수 있다.

 

책속엔 세 명의 의사와 세 개의 죽음이 있다.
병원장의 아들로 어떻게든 마지막 순간까지 단 1초라도 삶을 연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후쿠하라'부원장과 후쿠하라의 대학 동기로 가능성 없는 환자에게 연명치료중단을 통해 존엄사를 권하며 병원내에서 '사신'으로 불리는 '키리코',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진정한 의사의 길을 찾는 '오토야마'.
이들 세명의 의사는 가망없는 세 개의 죽음앞에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한다.

병을 이기기 위해서는 죽음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키리코는 비겁하게 죽음에 쫓겨다니다가 붙잡히는 죽음이 아닌, 인간답게 죽음을 향해 다가가라 환자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소중하기에 어떻게든 환자의 생명을 붙잡으려는 가족에겐 "소중한 사람이기에 오히려 죽음과 진지하게 마주해야 한다고"말한다.
책 속 두 의사의 갈등은 현실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렇기에 내가 만일 환자라면, 내가 만일 환자가족이라면 두 의사중 어떤 의사를 따르게 될까 계속 갈등하게 만들었다. 돌이킬수 없는 결정이기에 그 어떤 결정도 만족스러운 답은 될수 없을테지만 말이다.

 

 이 책은 진지하게 연명치료를 마주하게 만든다. 드라마를 본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지만, 담고 있는 생각은 무겁다. 다만 앞의 두 죽음과 달리 마지막 죽음이야기에서는 너무 만화같은 요소가 많았다는 점은 옥의 티로 남는다. 그래도 많은 이들에게 연명치료에 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책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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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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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바꿔드립니다!"


누군가 이런 말로 유혹한다면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지우고 싶은 못난 과거 하나쯤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올해 서른이 된 샤를로타. 그녀는 번듯한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고, 미래마저 불확실한 채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그녀의 손에 우연히 눈에 띤 한장의 명함속 유혹'당신의 인생을 바꿔드립니다'라는 말에 뉴라이프 사무실을 찾아간다.하지만 헤드헌팅만을 주업무로 하는 그곳에서 그녀는 자격미달로 돌아서야 했고, 나오는 길에 한 여자를 만나 그녀로 부터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라는 유혹을 받게 된다.결국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과거들을 몽땅 지우게 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꿈에 부푸는데....

 

 

 

 

과거가 달라진다면 현재의 나는 '나'일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이 지운 과거들로 인해 자신의 인생 전체가 바뀐 것을 알게 된다. 못난 학창시절을 지움으로써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음악취향, 음식 취향, 패션취향이 된 것에 경악한다. 자신이 언제부터 고상한 음악을 듣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으며, 우아한 옷을 입고, 어떻게 원하던 남자와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신분상승이 된 듯한 그녀의 삶은 잠시 그녀를 행복감에 젖게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남의 삶처럼 불편하기만 했고  결국 그녀는 평범했던 자신의 못난 삶을 되찾기 위해 다시 뉴라이프 사무실을 찾아가게 된다.

 

 이 책은 5년전 출판되어 인기를 모았던 책의 개정판이다. 기욤뮈소가 생각나는 환상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만큼 가독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 책은 좋은 가독성 속에 왜 내가 '나'일수 밖에 없는지, 과거가 달라진 '나'는 과연 '나'일수 있는지등 기본적인 철학적 물음에 다가가게 한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우리의 인생은 수백만, 수천만 개의 다양한 가능성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우리가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갔을 때와 전혀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거죠. 출근을 단 5분만 늦게 했어도 우리의 남은 인생에 평생 영향을 미쳤을 사람을 만나지 못 했을 수도 있어요. -138-139쪽-

오래전 보았던 '나비효과'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현재의 삶이 맘에 안들어 못난 과거를 바꾸게 되지만 바뀐 현재의 삶은 또 마음에 안들고, 그렇게 더 앞선 과거들을 지우고 지우다 결국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결과를 보였던 영화였다.
못나도, 부족해도, 지난 내 과거가 만든 현재의 '나'다. 바꿀수 없는 지난 과거를 탓하기보다 지금 현재 나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미칠지, 그리고 조금은 덜 후회할 미래를 만들기위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은 샤를로타의 환상체험을 통해 넌즈시 전해주고 있다. 즐겁게 읽을수 있으면서도 현재의 '나'와 내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 현재의 '내'가 마음에 안드시는 분이시라면 잠시 샤를로타의 환상체험을 따라가보시면 어떨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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