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시인의 시를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이 "시인이 이래야 한다", "이게 바로 시다"였다. 황지우 시인 특유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기법과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풍자와 해학의 정신은 전통적인 감정 속에 오묘한 개성이 묻어난다.
<어늘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에서는 객관세계와 주관세계가 조우하는 방식을 통해 삶의 면면들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시 한 편 한편에 각인되어 있는 그의 맑은 영혼이 나의 흐려진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 같다.
시를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해야 한다는 시적 강박이 아닌 삶의 언저리에서 그저 고개 숙인 채 가만히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았을 시인의 묵상에 가슴이 먹먹해옴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시가 내 삶 속으로 들어옴을 깨닫게 된다. 시는 그저 시다. 하지만 황지우의 시는 진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