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마음의 치유 - 니체, 심층심리학, 철학상담치료
김정현 지음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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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을 보내며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하나의 슬픈 소식을 접했다. 지난 달 생일을 기점으로 만 25세를 지나면서 더 이상 철도청이 규정한 청소년이 아니게 된 것이다. 더 이상은 내일로 티켓을 끊어 여기저기 다니며 대한민국의 여름과 겨울을 온전히 느끼며 즐기던 때가 있었는데.. 물론 티켓뿐만 아니라 어느 순간 훌쩍 떠날 수 있는 시간의 자유로움도 없기는 하다.


더 많은 책임의 무게는 나의 어깨에 얹혀있고 이제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고스란히 혼자 해내야 하는 차례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누군가에게 이러한 나의 마음을 속 시원히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별일 아니라는 듯 흘려듣는 모습을 겪은지라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성장통일뿐이라고 치부해버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상처 받았었나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나에 대한 두려움에 쌓여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맘이 어지러웠다. 봄이 왔다고 전국이 들썩이는 날씨에도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우중충하게 방 안에 있었다. 무언가 답답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찾아보면 방법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서는 시작이 어렵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매 순간을 불안한 상태로 지내오다 우연히 들렀던 서점에서 <철학과 마음의 치유>라는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내 눈에 확 들어온 부분은 당연히 마음의 치유. ‘어디 얼마나 마음의 치유를 해주나 한 번 볼까. 니체, 심층심리학, 철학상담치료라는 부제를 보니 이론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도 같다. 이왕이면 배울 수 있는 이론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철학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평소 의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무턱대고 긍정의 힘만을 설파하며 개인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기려는 얄팍한 이야기를 하는 요즘 강의나 책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니 전반적으로 니체의 철학을 중심으로 심층심리학과 연관시켜 이야기하고 있었다. 기초학문이니까 나의 삶과는 별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그동안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철학이론이 우리 삶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놀라웠다. 그동안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랑크, 야스퍼스, 프랑클, 얄롬이라는 학자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줘서 그 발전과정에 대해서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심층심리학 이론들이 하나의 실용적인 방법으로써 나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 확고해졌다.


단지 이런 이론들이 있다고 설명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마음의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할 때 그것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철학상담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철학상담치료라는 새로운 개념은 바로 실생활에 도입되어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을 순 없지만 나의 마음속 그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파악하는 정도까지는 이미 도달한 듯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철학을 통한 상담 또한 마음치료의 한 방법으로써 그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타인에게 도움 받지 않으면서도 오랜 시간 연구된 이론으로 내 안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내안의 목소리에 다가가보고자 한다. 내안의 나에게 귀 기울이며 더 이상 마음의 응어리가 쌓이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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