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성로의 밤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일제시대 대구 북성로를 배경으로 같은시대, 다른 신념과 기억으로 살아가는 일본인과 조선인들의 모습을 한자리에 버무려낸 소설이다.
(글을 쓰는 본인도 대구 사람이라 소설속에 언급된 지명이 눈감으면 바로 상상이 되었다)

일본보다는 새로운 기회와 노다지의 땅(미국역사로 치자면 서부개척으로 일확천금을 꿈꿨던..)으로 조선..그것도 경부선과 대구역 건설로 물류와 군수물자 중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대구를 본인의 인생 전부를 걸어 대구 최초의 엘리베이터 있는 신식백화점 미나카이 를 세운 나카에 도미주로와 그의 딸 아나코, 아나코와 썸을 타는 노정주와 사촌형인 노태영(순사부장으로 독립군을 일본순사보다 더 잔혹하게 다루는 철저한 친일파 조선인),노치영(형의 친일 행동을 역겨워 하는 독립군 일원이지만 우유부단한..) 등의 인물을 중심축으로 같은시대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서로 다른 인물들을 통해 대구의 근대 모습을 보여주려 하였다.

전체적으로 글의 전개가 빠르고 글이 재미를 포함한 가독성도 있어 잘 읽힌다. 소설 자체를 두고 뭐라 언급하고 싶진 않다. 나도 재밌게 읽었으니까 ..

하지만 작가의 현실인식에 불편한 측면을 얘기하고 싶다.

친일순사 노태영이 가족을 생각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장면이나..동생 노치영의 품에서 죽기전에 나누는 대화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모습등이 꽤 많은 페이지에 할당되어 나오는 반면 친일순사로 꽤 높은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독립군을 어케다루었는지..그 잔학 무도한 장면이나 언급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해방공간의 그 혼란스런 상황에 해방조국청년단에 의해서 적법한 법의 절차도 없이 무자비하게 죽음을 당하는..독자에겐 피해자 비춰질수 있는..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이 장면의 마무리가..좀 그래서 왜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까? 노태영의 반대 모습은 이 소설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을 얼핏하다가 책의 마지막에 작가가 직접 밝힌 후기에서 이거였구나 했다.

노태영에 대한 묘사는 마치 군사정권시절 김근태 전의원 남영동 군사고문으로 악명을 떨친 이근안 고문전문가가 군사정권시절이 지난후에도 적절한 법의 처벌을 받지않고 목사로 재직(지금은 장로회에서 면직되었지만)하면서 회개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론 국가를 위해 일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이렇게 대하니 억울하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태영의 모습과 판박이 아니겠는가?

영화 박하사탕에도 나온 고문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문한 직후 가족에겐 전화로 따뜻한 말을 전하는 이중적 모습이 바로 노태영의 모습 아니겠는가?

나는 작가가 친일을 미화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작가의 현실인식이 참 안타까운데...작가가 직접쓴 이 책의 후기중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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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시인 서정주를 친일파라고 말하고, 마라토너 손기정을 식민지의 아픔을 안고 달린 영웅이라고 합니다. 나로서는 서정주와 손기정이 각각 친일파와 영웅으로 규정되는 현실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마찬가지로 손기정 역시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달린 영웅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노태영,나카에 도미주로,노정주,아나코,서정주,손기정..그들 모두는 제 삶의 주인이고자 했으며, 다만 살기위해 살았습니다.

나는 세상의 일부를 변화시키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그러나 그 말이 곧 내가 무엇을 위해 산다는 말은 아닙니다. 나는 다만 내 삶의 주인 행세를 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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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후기를 읽으니 다 이해가 된다. 작가의 역사인식과 연장선에서 현실인식을 어케 하는지..

그들 모두 제 삶의 주인인건 맞으나..그냥 살기 위해서 산 사람이 아닌 인물도 있지 않은가?

타인을 죽여 자신의 인생을 주인으로 살아가는 인물도 있지 않은가?

어케 이렇케 물에 물탄듯 흐리멍텅하게 좋은게 좋은거다..모두 어찌보면 시대의 희생양..이지 않은가? 식의 언급을 당당하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서정주의 시를 좋아하는 1인이긴 하지만..그의 삶은 정말이지 시궁창에 구더기 보다 더 지저분한 인생 아니었던가~~~

혹~작가가 서정주 시인의 시의 서정성과 탐미성에 혹하여 서정주 시인이 얼마나 현실 세계의
권력에 제 발벗고 적극적으로 불나방처럼 달라붙어온 인물인지 모를수도 있는것 같아, 태평양전쟁에 조선 청년의 참전을 독려하는 글과 80년대 전두한 가카께 헌정한 자발적 시들을 아래 링크로 공개하겠다.

다른 예비 독자들도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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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 서정주, 친일은 하늘뜻에 따랐다?
http://m.blog.ohmynews.com/q9447/31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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